[시론/김진환]패륜범, 특단의 처분으로 막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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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김진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가정의 달인 5월에도 우리 사회는 극악한 패륜범죄를 목도하고 있다.

며칠 전 어버이날에 40대 남매가 친아버지를 흉기와 둔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여 큰 충격을 줬다. 존속에 대한 패륜행위가 단발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가치관의 전도와 결부된 우리 사회 병리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자식이 친부모를 숨지게 한 존속 살해 발생건수는 2012년 50건에서 2014년 60건으로 늘었다. 존속 상해와 폭행 등 존속 폭력 범죄도 2012년에는 986건에서 2014년 1146건으로 역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우리는 그동안 부모와 조상을 공경하는 효(孝) 사상과 어른을 존중하는 경로사상을 우리의 전통으로 자부해왔다. 이처럼 소중한 우리 윤리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1973년 런던에서 한국인들로부터 효 사상에 관한 설명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가 “장차 한국문화가 인류에 이바지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부모를 공경하는 효 사상일 것”이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광복 후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와 압축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배금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하게 되었다. 충효와 경로를 근간으로 하는 전통 유교는 점점 낡은 가치로 치부되면서 이른바 몰가치, 무규범의 아노미(anomie)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가족 제도의 해체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로 인하여 전통가치와 문화가 단절되고, 이혼율이 상승함에 따라 결손가정이 증가하였으며, 대화와 의사소통의 장이었던 가족공동체가 악화되었다.

사소한 갈등이 심각한 폭력으로까지 진화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합리적 의사소통과 적절한 분노조절이 부족한 것이 문제로 나타난다. 가장 따뜻하고 정서적 유대가 긴밀해야 할 가정이 역설적으로 의사소통이 가장 부족한 공간으로 변해 아이들이 받은 상처, 스트레스, 분노가 범죄와 패륜의 씨앗이 된다.

특히 아동학대 등 가정폭력은 대물림되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존속 살인 가해자들은 부모의 학대를 경험한 비율이 다른 살인 유형의 가해자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패륜범죄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 형법은 존속 살해에 대해 최소 징역 7년을 선고하도록 했다. 다른 살인죄(최소 5년)에 비해 높다. 극악한 패륜범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형까지 선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존속 범죄에서 ‘부모가 원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처벌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미 우리 형법에는 존속폭행죄 등에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에 대해 위헌 논란이 있을 정도다. 가정 내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사안에 따라 강경한 처벌보다는 수강명령이나 사회봉사, 감호위탁, 치료위탁 등 관계를 복원시킬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섬세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형사 처벌만으로 패륜범이 줄지 않거나 개선되지 않으면 다른 수단도 써야 한다.

결국 패륜범죄에 대해선 ‘가정의 복원’에서 문제 해결의 단서를 찾아야 한다. 가정을 출발점으로 각종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습득시키고 상대와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아 존중감을 확립할 수 있는 상담기관을 스스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갈등 해소를 담당하는 사회기구도 늘려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노인 피해자에 대한 특단의 보호 조치 및 제도도 요망된다.
 
김진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패륜범죄#어버이날#존속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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