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리포트]"일산 집주소 예뻐져요"

  • 입력 2000년 1월 10일 19시 48분


“고양시 덕양구 시청앞길 23호로 갖다 주세요.”

경기 고양시 주민들은 내년부터 이렇게 기억하기 쉬운 길이름과 번호로 만들어진 주소를 사용하게 된다.

고양시는 10일 시 전지역의 1100여개 도로와 16만여동의 건물에 올해 말까지 새로운 주소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도로와 아파트 단지 등 구획정리가 잘돼 있는 일산신도시(고양시 일산구) 시민들은 늦어도 올해 5월부터 새 주소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시는 새로 붙일 도로의 이름으로 주로 주변의 큰 건물이나 기존 지명의 유래가 된 전통적인 마을 이름 등을 사용하기로 했다.

특히 일산신도시의 경우 ‘꽃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주로 꽃 이름을 도로명으로 사용할 예정. 일산신도시 호수공원에서는 올해 4월 ‘2000년 고양 세계 꽃 박람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이곳에선 매년 한차례씩 8회에 걸쳐 ‘고양 꽃 전시회’가 열렸다.

각 건물에는 번지수 대신 번호가 붙는다. 도로의 기점과 종점을 먼저 결정한 뒤 기점에서 종점 방향으로 봤을 때 왼쪽 건물에는 홀수, 오른쪽 건물에는 짝수 번호가 순서대로 붙여진다. 아파트의 경우 새 주소에도 현재의 아파트 명칭과 동 호수는 그대로 쓴다. 예를 들면 현재 ‘일산구 마두동 한신아파트 ○○○동 ○○○호’는 ‘일산구 백합로1길 한신아파트 ○○○동 ○○○호’로 바뀌게 되는 것.

하지만 고양시는 새 주소를 부여하는 작업이 끝나더라도 기존의 주소체계를 일정 기간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주민들이 새로운 주소에 익숙해지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보완하기 위해서다.

한편 98년 5월 새 주소를 만든 서울 강남구의 경우 도로마다 일일이 고유이름을 붙여 사용하다 보니 무려 961개의 새 이름이 생겨 주민들이 기억하기도 어렵고 우편물 배달에도 상당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좁은 도로까지 새 이름이 부여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고 주소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새 이름은 간선도로 등 큰 도로에만 붙이고 좁은 도로는 연계된 큰 도로의 이름 뒤에 순서대로 번호를 붙여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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