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람들]「관리비 군살빼기」작은불편 큰절약

  • 입력 1999년 1월 17일 19시 11분


『지하주차장 심야엔 불끕니다』
『지하주차장 심야엔 불끕니다』
서울 송파구 문정2동 올림픽 훼밀리아파트. 지난해 전체 관리비를 1년전보다 무려 29억1천만원이나 절감시켰다. 가구당으로는 연간 66만2천여원, 매달 평균 5만5천여원을 아낀 셈이다. 관리비와 연관된 어느 한 부분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절약할 방법을 찾아낸 결과 얻은 귀중한 소득이다.

아파트 관리비에는 ‘빈 틈’이 많다. 이 틈으로 ‘생 돈’이 흘러 나간다. 최근 이 틈새를 찾아내 메우며 아파트 관리비를 줄이는 운동이 서울 곳곳의 아파트에서 펼쳐지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에너지절약이 되어 외화를 절약하는 시민운동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 큰 절약을 위해서는 수백 수천 입주민들의 작은 수고가 모여야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훼밀리아파트의 경우 실내 난방온도를 1도씩 낮추는 한편 바깥 기온에 따라 자동 조절되도록 바꿨다. 여름철 온수공급도 시간제로 제한했고 복도와 계단의 점등시간과 관리사무소 인원도 줄였다.

처음엔 주민들 사이에서 왠 궁상이냐는 비아냥도 있었다. 항시 펑펑 쏟아지는 온수, 밤새 환히 밝힌 복도와 계단, 한겨울에도 반팔옷을 입을 만큼 높은 실내온도. 한 주민은 “얼마나 아끼겠다고…”라며 불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달 청구되는 고지서에서 줄어 드는 관리비를 보고 나서는 불평이 싹 사라졌다.

동작구 노량진 우성아파트는 지난해 가구별로 한등 끄기에 이어 가로등 53개중 절반인 26개를 껐다. 지하주차장 전등도 반만 켜고 지냈다. 이렇게 해서 절약한 전기요금은 가구당 3만3천여원. 9백가구가 3천여만원을 절약했다.

처음엔 ‘방범효과만 떨어진다’며 반대도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절전운동을 시작하면서 경비원들에게 방범에 만전을 기하도록 한 결과 지난해 방범사고는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아파트 부녀회장 강순자(康順子·58)씨는 “모든 아파트 단지가 이렇게 절약한다면 가계나 국가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어요”라고 했다.

지난해 송파구 풍납동 우성아파트는 전기와 수돗물을 아껴 1천8백여만원을 절약했다. 또 동작구 사당동 현대아파트는 승강기의 닫힘버튼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고 시간제 온수 공급으로 97년에 비해 전기요금과 유류대 3천8백여만원을 덜 썼다.

〈이진영·이명건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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