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글이글]카지노빌딩 '컨벤션센터 부속' 등록 무역협회 개입했나

  • 입력 2001년 3월 4일 18시 32분


서울 강남 한복판에 허가도 받기 전 설치된 대형 카지노장이 정관계 실력자의 사전 내락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카지노 빌딩이 무역협회 컨벤션센터의 부속건물로 등록돼 있는 사실이 밝혀져 의혹을 더하고 있다.

▽카지노와 무역협회 관련의혹〓카지노장이 설치된 코엑스 컨벤션에넥스 빌딩(6층)은 실제로는 한무컨벤션 측이 신축중인 오크우드호텔의 부속건물로 사용하고 있으나 관할 구청인 강남구청에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ASEM)가 열린 컨벤션센터의 부속건물로 등록돼 있다.

이는 컨벤션에넥스가 오크우드호텔의 부속건물로 등록돼 있으면 관광진흥법상 카지노 허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컨벤션센터의 부속시설로 등록돼 있을 경우 98년 12월 개정된 새 관광진흥법에 따라 카지노 허가대상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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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무역협회와 한무컨벤션 사이에 컨벤션에넥스 빌딩의 편법 등록 또는 사용 등에 관한 유착관계가 있었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한무컨벤션은 현재 컨벤션에넥스 빌딩의 4층을 오크우드호텔 직원용 식당으로 꾸미고 있으며 5층은 사무실, 6층은 호텔 투숙객과 외부 회원용 피트니스센터로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마무리 내장공사를 진행중이다. 컨벤션에넥스와 호텔은 지하 통로로 연결될 예정이다.

컨벤션에넥스는 실질적인 용도 면에서는 무역협회의 컨벤션센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컨벤션에넥스가 실제 용도 측면에서 아무 관계가 없는 컨벤션센터 부속건물로 등록돼있는 사실을 알고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무역협회 관계자는 “컨벤션에넥스 빌딩 중 일부는 컨벤션센터의 건축허가가 날 당시 컨벤션센터 부속건물로, 나머지는 호텔 건축허가시 같은 용도로 허가가 났다”고 말했다. 컨벤션에넥스 빌딩이 원래부터 컨벤션센터의 부속건물로 계획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컨벤션센터의 부속건물로 등록된 컨벤션에넥스가 등록 당시의 용도와는 달리 무역협회와 전혀 다른 회사인 오크우드호텔의 부속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데다 카지노장까지 설치되고 있는 이유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한편 강남구청에 따르면 한무컨벤션은 99년 사무실 전용 건물로 건축 허가된 컨벤션에넥스를 위락시설로 용도변경했다.

그러나 한무컨벤션 김용식회장이 98년 7월 학교법인 신진학원의 명의로 무역협회로부터 땅을 임대해 호텔과 에넥스를 건설 운용하는 본계약을 체결할 당시 계약상 에넥스 건물을 증축 또는 용도변경할 때에 무역협회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실제 무역협회가 에넥스 건물이 위락시설로 용도변경될 때에 동의를 해주었는지도 확인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여부〓검찰과 경찰은 실제로 불법 카지노 영업이 이뤄진 것도 아닌 데다 고위층 로비의 구체적인 단서도 없다는 점을 이유로 ‘현재로서는’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3일 “정관계 로비의 개연성만 가지고 수사에 착수할 수는 없다”며 “범죄의 구체적인 혐의가 있으면 당연히 수사에 나서겠지만 현재까지는 수사에 착수할 근거도 없고 수사가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카지노 기계를 허가 없이 외국에서 몰래 들여왔다면 수사 대상이지만 사전준비 차원에서 내부 공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에 나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는 만큼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에 나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석호·이명건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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