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 2004]부시 軍복무특혜 ‘방송大戰’

  • 입력 2004년 9월 20일 18시 55분


코멘트
빌 오레일리'래더 등 앵커3인방 방송계 20년 장악'
빌 오레일리
'래더 등 앵커3인방 방송계 20년 장악'
미국 대통령선거가 6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적 논조의 폭스뉴스가 자유주의적 성향의 CBS방송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24시간 뉴스채널인 폭스뉴스는 간판 프로그램인 ‘빌 오라일리 팩터’를 통해 CBS의 심층취재 프로물인 ‘60분 II’의 인기스타 댄 래더(72)를 정조준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상원의원인 아버지의 힘 덕분에 1970년대 텍사스주 방위군 복무시절 특혜를 입었다는 메모가 나왔다”는 ‘60분 II’ 보도(8일)가 발단이었다.

방송 직후 “메모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래더씨는 “메모의 위조 여부는 본질이 아니고 메모 내용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

폭스뉴스 진행자인 오라일리씨는 16일 이후 거의 매일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의 방송담당 기자와 방송전문 작가를 TV에 불러내 “댄 래더가 이번 사태를 극복하고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도발적 질문을 던졌다.

댄 래더
"복무 메모 내용은 분명한 사실"

두 사람은 1981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의 포클랜드 전쟁 당시 CBS에서 중견 기자와 앵커로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오라일리씨는 또 “방송계를 20년 이상 장악해 온 진보적 앵커 3인방의 아성에 변화가 올 것인가”라며 방송계 전반의 문제로 쟁점화를 시도했다. 3인방이란 래더씨 외에 NBC의 톰 브로커(64), ABC의 피터 제닝스(66)를 말한다. 경쟁사인 CNN의 래리 킹 라이브쇼 시청률을 앞지르게 만든 오라일리씨의 공격적 질문에 일부 출연자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오라일리씨는 개인 칼럼을 통해서도 “CNN의 대담 프로그램인 ‘크로스 파이어(Crossfire)’의 두 사회자가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캠프에 참가했는데도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다른 언론은 왜 침묵하고 있느냐”며 언론계의 전반적인 반(反) 부시 성향을 지적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언론인은 93 대 1의 비율로 케리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라일리씨의 공세에 CBS와 래더씨는 일단 관망하는 자세다. 일일이 대응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고, 폭스뉴스의 마케팅 전략만 도와줄 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방송 칼럼니스트들은 대체로 폭스뉴스의 공격에 부정적이다. 폭스뉴스야말로 ‘공화당 성향’이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편향적인 색깔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19일 “오라일리씨의 지적은 옳지만, 그의 지적은 멈춰선 시계가 하루 2번 시간이 맞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