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루그먼 칼럼]美 금리정책 효과 괜찮다

  • 입력 2001년 5월 14일 18시 41분


미국 전국 생산관리자협회는 최근 4월분 월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결과의 지표가 50 이하면 생산관리자들이 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 이번 4월 조사결과의 지표는 43.2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숫자는 3월에 비해 약간 높아진 것이다. 다시 말해 생산관리자들이 미국의 경제가 점점 나빠지고는 있으나 그 악화 속도가 조금 둔화되었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경제가 일부 전문가들의 생각만큼 어렵지 않음을 시사하는 지표는 이밖에도 몇 개가 더 있다. 물론 이 숫자들은 그저 통계수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경제가 완전한 불경기를 겪지 않고도 기술 분야의 거품이 터지는 지금의 상황을 이겨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많은 경제분석가들은 불경기의 발생 원인을 일종의 ‘죄와 벌’ 이론으로 설명하려 하는 것 같다. 즉 과잉투기 열풍에 대한 벌로 불경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죄와 벌’ 이론에 대한 대안으로 ‘과거 일은 따지지 말자’는 주장이 있다. 물론 투기열풍으로 인해 자본이 낭비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경제체제 전체가 발걸음을 멈출 필요는 없다. 돈을 투자할 곳은 언제라도 있게 마련이다.

언론은 연일 불경기를 경고하고 있지만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은 이미 저금리를 이용해서 집을 새로 장만하고 있다. 또한 기술분야의 거품이 한창일 때 약간은 무시당하는 감이 없지 않았던 다른 분야들에도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많이 있다.

필자는 항상 죄와 벌 이론보다 과거 일은 따지지 말자는 주장에 찬성하는 편이었다. 금리가 신속하게 인하되어서 투기열풍이 불었던 분야가 아닌 다른 투자처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다면 투기열풍 이후에 반드시 불경기를 겪지 않아도 된다.

미국경제의 경기둔화 추세가 표면화된 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네 번에 걸쳐 금리인하조치를 단행함으로써 꽤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적어도 한 번만이라도 더 금리를 인하해준다면 좋겠지만, 지금까지의 금리인하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는 것 같다.

만약 이번에 우리가 불경기를 피하는 데 성공한다면 경제주기 이론에 따라 앞으로 다가올 불경기에 대해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1990년대 말에 우리는 투기의 거품이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 생겨날 것임을 배웠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에 나타난 희미한 희망의 조짐들은 미래에 나타날 새로운 거품의 파급효과 역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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