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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손톱밑 가시’를 뽑자]<9>“中企 밀집지역 공동 통근버스가 왜 불법인가요?”

입력 2013-02-27 03:00업데이트 2013-02-2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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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버스 기다리기도 지칩니다. 시화산업단지에서는 공동 셔틀버스 덕분에 직원들이 편히 회사에 간다던데….”

14일 오전 8시경 서울지하철 2호선 합정역 2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임모 씨는 “벌써 20분가량 찬 바람을 맞고 있다”며 이렇게 불평했다. 그가 타려는 버스는 이곳에서 약 30km 떨어진 경기 파주시 파주출판단지까지 직행하는 2200번 좌석버스다. 출근 시간이면 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100m 가까이 늘어선다. 빈 버스가 와 승객을 가득 태워도 나머지 50여 명은 15분 뒤에 오는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임 씨가 차에 올라탄 뒤에도 지하철 출구에서 쏟아져 나온 이들이 합류하면서 줄은 다시 100m 넘게 이어졌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합정역에서 파주출판단지로 통근하는 사람은 이 좌석버스 외에 200번 일반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산, 파주를 거쳐 출판단지로 가는 데 1시간 넘게 걸려 1분이 아까운 직장인들에겐 인기가 없다.

이도 아니면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가 운영하는 공동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실제로 이날 합정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 중 일부는 길 건너편에 있는 45인승 셔틀버스로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이 셔틀버스는 불법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통근용 전세버스는 단일 회사가 운수업체와 계약해 운행하는 것만 허용된다. 중소 업체들이 비용을 분담해 공동으로 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 정부 “공동셔틀, 버스社 반발할 것” ▼

김춘식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 사무국장은 “교통이 불편해 이직을 고민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로 출판단지의 대중교통수단 부족은 심각한 문제”라며 “돈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불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도심과 멀리 떨어진 산업·농공단지 입주기업 대부분이 교통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포천시 농공단지 중에는 버스노선이 단지 앞을 지나지 않아 직원들이 근처 정류장에서 내려 20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 곳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충남 천안시의 한 산업단지 입주기업 대표들은 최근 회의를 열어 대중교통 확충방안을 논의했다. 한 입주사 대표는 “최근에는 입사 예정자가 우리 단지로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정도만 다닌다는 얘길 듣고 입사를 포기하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월 경기 시화, 전북 군산 등 9개 산업단지에 근로자 공동 통근버스 운영을 허용한다고 고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이들 단지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나 해당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평소 대중교통수단이 부족해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군산산업단지는 이후 입주기업 직원의 불만이 크게 줄었다.

산업단지공단은 공동 셔틀버스를 운행할 수 있는 단지를 늘려 더 많은 중소기업과 그 직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 버스운송 업체들이 출퇴근 시간에 맞춤형 버스를 운행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근로자들의 통근 수요를 충족시키기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 셔틀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려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버스, 택시 등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이 생길 수 있어 법 개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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