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기업, 이것이 달랐다]삼환기업

입력 2009-09-05 02:51수정 2009-10-10 18:4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정직한 시공’ 깃발 63년… 전국 곳곳 ‘삼환표’ 랜드마크 자부심

워커힐호텔-광안대교 등 시공
원자력-가스전으로 영역 확장

1970년 9월 당시 국내 최고층 빌딩(지상 31층, 높이 114m)이었던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삼일빌딩 26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서울 시내 각 소방서의 소방차 20여 대가 출동했지만 사다리차가 닿을 수 있는 높이는 32m로 화재 현장인 87m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화재는 다행스럽게도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았다. 천장에 설치돼 있던 스프링클러가 신속히 작동한 데다 건물 기둥 내부가 설계대로 단열내장재로 꽉 차 있었기 때문. 빌딩 주인은 “공사를 맡았던 삼환기업의 정직한 시공 덕분에 화재가 커지지 않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 워커힐호텔에서 광안대교까지

삼환기업은 올해 63년 된 유일한 1세대 건설기업이다. 국내 건설사 중 ‘환갑’이 넘은 회사는 대림산업 삼환기업 삼부토건 현대건설 등 4곳이지만 창업주가 건재한 곳은 삼환기업뿐이다.

모태는 1946년 최종환 명예회장(84)이 10명 남짓의 기술자들과 시작한 삼환기업공사다. 창업 후 1950년대까지는 대구 미군주택 등 주로 주한미군에서 발주한 공사를 시공했다. 박상국 삼환기업 부사장은 “6·25전쟁 이후에 미군이 발주한 다양한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해 선진 공사관리 시스템을 익혔던 것이 추후 중동 진출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설계대로 짓는 건설사’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공사도 잇달아 수주했다. 1962년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워커힐호텔을 시작으로 조선, 프라자, 신라호텔과 국립극장, 삼성그룹의 태평로빌딩을 시공했고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 토목 공사에도 참여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서울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HP빌딩, 한화빌딩, SC제일은행 본점, 우리은행 본점, 포항제철(현 포스코) 공장, 무주리조트 등을 시공했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토목은 현대, 건축은 삼환”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2003년 완공한 광안대교는 부산의 랜드마크로 떠올랐고, 같은 해 고난도의 현수교 시공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 한국 건설사 최초 중동 진출

삼환기업은 국내 사업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일찍부터 해외 사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1966년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 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총 17개국에 진출했다. 특히 1973년에는 사우디아리비아에서 네 번의 입찰 실패 끝에 다섯 번째 카이바∼알울라 고속도로 공사를 따내며 한국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중동 진출에 성공했다.

연고 하나 없는 낯선 나라에 가서 공사를 진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1979년 미수교국이던 예멘에 진출한 뒤 1982년 험한 산악지대를 가로지르는 바질∼마하르 도로 공사를 벌일 때는 현지 부족의 총에 맞아 현장 근로자가 숨지기도 했다. 1974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시 정비사업을 진행할 때는 회교 순례기간 시작 전까지 공사를 마쳐달라는 갑작스러운 제다 시장의 요구에 횃불을 밝히고 야간작업을 강행한 끝에 공사를 무사히 마치기도 했다. 각종 난관을 극복하고 끝까지 성실하게 공사를 마친 삼환기업은 발주처의 두터운 신뢰를 얻어 한번 수주한 국가에서는 어김없이 연달아 대형 공사를 따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후발 주자들이 해외 건설업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저가 수주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1970년대 중후반부터 대기업들이 건설사를 만들면서 삼환기업의 일감은 급격히 줄었다. 애초부터 ‘건설업자가 무슨 집 장사를 하느냐’며 주택 사업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터라 자체 브랜드를 앞세우며 아파트 사업에 뛰어든 다른 업체보다 매출액 등 외형도 작아졌다.

○ 정직과 성실을 바탕으로 재도약

삼환기업은 2000년대 들어 토목뿐 아니라 원자력, 고속철도,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수주영역을 확대하며 2011년까지 15위권 진입을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삼환기업은 종합시공능력평가액 24위로 2008년 기준 매출액은 8006억 원, 수주액은 7576억 원이고 이 중 32.8%에 해당하는 2491억 원이 해외 수주액이다. 영업이익은 206억 원이다.

삼환기업은 과거 북예멘 등에서 원유사업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베트남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예멘 마리브 가스전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연계해 석유정제시설 등 해외플랜트 사업도 늘릴 예정이다. 또 도로, 항만, 운하 등 과거 각종 토목 시공 실적을 바탕으로 최근 4대강 사업으로 늘고 있는 공공토목 물량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아울러 담수플랜트, 풍력발전소, 하수처리시설 등 수요가 늘고 있는 환경개선사업 분야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박상국 삼환기업 부사장은 “건설보국의 경영이념과 정직과 성실을 최우선시하는 사내 문화를 바탕으로 정통 건설회사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재도약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삼환기업 약사 ▼

―1946년 삼환기업공사 설립

―1952년 삼환기업주식회사로 사명 변경

―1966년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 지사 설립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 카이바∼알울라 고 속도로 건설 (한국 건설업계 최초의 중동 진출)

―1984년 금탑산업훈장(해외건설 유공),

건설수출 20억불탑 수상

―1995년 금탑산업훈장(해외건설 유공) 수상

―2003년 광안대교 건설 유공 대통령 표창 수상

―2006년 제2회 대한민국 토목·건축대상

최우수상 수상 (환경에너지부문-양양 양수

발전소)

―2008년 건설현장 안전활동 우수현장

대상 수상(인천공항철도 2-5B 현장)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