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부활하나]<1>외국인 순매수열풍 찬밥신세 탈출 조짐

  • 입력 2004년 4월 26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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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이 4년간의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최근 코스닥시장의 상승 추세가 뚜렷하다. 연일 이어지는 외국인의 ‘러브 콜’에 연중 신고가(新高價)를 갈아치우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은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개인투자자들의 반응도 아직 냉랭하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활황 장세를 어떻게 봐야 할지 3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A사의 기업 탐방에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 투자 유망 종목인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군요.”

최근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들은 외국인 펀드매니저의 기업 탐방 동행 요청을 받고 깜짝 놀랐다. A사는 지금까지 국내 투자자들조차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던 코스닥시장의 중소형 정보기술(IT)주였기 때문.

외국인 투자자가 기업 탐방에 동참해 영업 현황을 살피는 일은 이후에도 몇 차례 반복됐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증권사 내부에서는 “희한한 일”이라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코스닥 종목들의 주가는 연일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 본격적인 상승에 대한 전망도 잇따르는 추세.

‘부실기업 집합소’ ‘투기 세력의 장’ 등으로 낙인찍히며 4년 동안 외면당한 코스닥시장에 대한 새로운 평가 작업도 속속 진행 중이다.

▽“사고 또 산다”=26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40포인트 오른 491.53으로 장을 마감해 16포인트 이상 하락한 거래소와 대조를 이뤘다.

코스닥지수의 지난 한 주 상승률은 7.5%로 최근 1년간 가장 높다. 4월 들어 지난주까지 상승률을 따져 봐도 코스닥이 11.9%로 거래소의 6.3%를 크게 웃도는 상태.

코스닥시장 급상승세의 1등 공신은 단연 외국인 투자자다.

22일째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순매수세는 코스닥시장 역대 4번째. 누적 순매수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외국인이 3월 26일 이후 지난주까지 한달 가까이 사들인 주식 금액은 8997억원. 작년 4월 1일 이후 1년간 외국인 전체 순매수 금액(2조7420억원)의 3분의 1에 이른다.

이에 따라 코스닥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4%(23일 기준)까지 높아졌다.

대형 거래소 종목에 눈독들이던 외국계 펀드 및 투자회사도 코스닥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캐피털그룹과 피델리티, 골드만 삭스, 슈로더 펀드 등이 ‘5% 이상 지분 취득’을 신고하며 코스닥 기업의 주주로 올라서고 있다.

▽코스닥, 부활의 기지개 켜나=최근 외국인들이 사는 코스닥 종목은 LCD나 PDP, 휴대전화 부품주 등 업황이 좋아지는 분야에 집중된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삼성증권 해외영업팀 이인규 차장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성장에 동참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투자 대상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대형 거래소 종목을 많이 사들인 뒤의 자연스러운 이동”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 증권 이원기 전무는 “코스닥시장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실적이 탄탄한 개별 중소형주가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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