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부활하나]<2>“또 당할라…” 개미들 관망세

  • 입력 2004년 4월 27일 17시 40분


회사원 김중석(가명·33)씨는 요즘 증권뉴스만 나오면 귀를 틀어막는다. 코스닥시장에 다시 돈을 밀어 넣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때 코스닥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주가가 폭락하면서 순식간에 연봉의 2배가 넘는 7000만원을 날렸다.

그는 “기업 실적보다 ‘대박’ 환상을 쫓다가 ‘쪽박’만 찼다”며 “당시 코스닥시장에서 돈을 물린 같은 처지의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이 뜰까? 요즘 개인투자자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개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주식을 팔고 있다. 코스닥시장은 외국인에 의존하는 불안한 ‘외끌이’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만의 잔치=27일 코스닥 종합지수는 외국인들이 22거래일 동안 이어진 ‘순매수 행진’을 멈춰 전날보다 3포인트가량 하락하면서 장을 마쳤다. 개인들이 23거래일 만에 ‘사자’ 주문을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코스닥시장에서 올해 들어 26일까지 1조722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는 거꾸로 1조217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삼성증권 김용조 대치지점장은 “개인들이 코스닥 종목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적극적인 매수세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며 “또 ‘당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인지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최근 지수 상승에 따른 과실도 대부분 외국인의 몫이다. 3월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외국인이 사들인 20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39.74%가 올라 코스닥지수 상승률(13.9%)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1년 새 주가가 10배 이상 오른 한 등록기업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개인들은 무섭게 팔았고 외국인들은 지분을 늘려 수익을 독차지했다”고 말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코스닥시장은 부활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장’으로 재탄생하고 있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0년 3월 10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30위권에 포진한 등록기업 중 현재 남아 있는 기업은 KTF, 하나로통신, 다음, 아시아나항공, 솔본(옛 새롬기술) 등 9개사에 그친다. 그나마 시가총액 1위인 KTF는 29일 거래소로 이전한다.

‘젊은 피’도 수혈됐다. 탄탄한 실적으로 무장한 기술주 3총사(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부품업종)가 시장을 주도하는 ‘물갈이’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들어 23개 기업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옥석 가리기’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의 구태(舊態)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예컨대 올해 퇴출된 엠바이엔은 지난해 11월 45여일간 주가가 9배 이상 오르다가 갑자기 급락한 뒤 매매거래 정지에 들어갔다. 기업가치와 무관한 ‘묻지마 투자’의 악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한 종목이 최근 다시 오르는 ‘버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가가 오르더라도 기업 내용이 달라진 게 없다면 또 다른 거품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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