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안방까지]<2>소매금융 '밀착마케팅'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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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이나 외국자본이 인수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선진 마케팅 기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파고들고 있다. 제일은행이 ‘밀착마케팅’을 위해 인천 서구 검암동에 설치한 ‘론 앤 캐시’ 영업점에서 고객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제일은행
외국계 은행이나 외국자본이 인수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선진 마케팅 기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파고들고 있다. 제일은행이 ‘밀착마케팅’을 위해 인천 서구 검암동에 설치한 ‘론 앤 캐시’ 영업점에서 고객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제일은행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박모씨(36)는 최근 3000만원의 대출을 받기 위해 국내 A은행을 찾았다.

연봉 5000만원에 부인도 맞벌이를 하고 있어 신용대출을 받기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담 결과는 의외였다. 신용평점 시스템을 돌려보니 대출은 1200만원까지만 가능하며 금리는 연 12%라는 것이었다.

A은행에서 대출을 포기한 박씨는 영국계 스탠더드차터드 은행(SCB)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출상품을 취급한다는 말을 듣고 전화를 걸었다.

다음날 박씨를 직접 찾아온 은행 직원은 원하는 대출금액과 소득 등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연 12%에 3000만원의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다. 게다가 대출기간도 5년까지 원하는 대로 정하라는 것이었다. 박씨는 결국 이 은행에서 ‘이용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말까지 들으며 3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외국계 은행이나 외국 자본이 인수한 금융기관들이 국내 금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들은 선진 리스크관리 기법을 갖추고 ‘밀착 마케팅’으로 고객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거리로 나선 외국계 은행=SCB는 지난달 국내 소매금융 시장에 진출하면서 ‘DSR(Direct Sales Representative)’라는 마케터들을 활용해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영업점에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는 국내 은행 대출 담당자들과 달리 고객을 직접 찾아가 대출상담을 해준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배포하고 즉석에서 고객상담을 하기도 한다.

SCB가 DSR 제도를 도입한 것은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아 손님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은행은 현재 80명의 DSR를 두고 있는데 연말까지 12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고객에게 다가간다=내년까지 3700가구가 입주하게 될 인천 서구 검암동 택지개발지구에는 독특한 은행 영업점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뉴브리지캐피털이 인수한 제일은행이 지난달 초 설치한 ‘론 앤 캐시’ 영업점이다.

창구에는 2명의 직원이 있지만 현금 입출금 업무는 취급하지 않는다. 송금과 입출금 등의 업무는 자동화기기에서만 가능하며 창구 직원은 대출, 통장발급, 상품안내 등 상담만 해준다.

자동화기기 코너만 설치할 경우 각종 상담을 원하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제일은행은 올해 3곳의 론 앤 캐시 영업점을 시범 운영한 뒤 내년에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마케팅 기법 선진화 앞당겨=미국계 투자펀드인 올림푸스 캐피털(지분 24.7%)이 2대주주인 외환카드는 1998년 말 카드업계에서 처음으로 플래티넘 카드를 선보였다. 우량회원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는 올림푸스 캐피털의 권고에 따른 것이었다. 작년 7월부터는 플래티넘 카드를 3종으로 나눠 고객들이 자신의 취향의 맞는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했다.

2003년 9월 현재 외환카드의 플래티넘 회원은 전체 회원 750만명의 2%인 22만명이지만 외환카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나 된다.

현재 생명보험업계에서 일반화된 전문 설계사 제도는 91년 미국 푸르덴셜 생명이 처음 도입한 것이다. 국내 생보사들이 40, 50대 주부 설계사를 통해 ‘친인척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었을 때 푸르덴셜은 금융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대졸 남성 설계사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해 왔다.

금융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이들은 상품 전단이나 경품 대신 노트북을 들고 고객을 찾아가 맞춤형 재정 설계를 제공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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