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세계]패션 컬러리스트 류정희씨

  • 입력 2003년 7월 3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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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업체 한섬의 컬러리스트 류경희씨(29)가 서울 삼성동의 사무실에서 수십 종류의 원단 샘플들을 들어 보이며 색조 분석 및 선정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의류업체 한섬의 컬러리스트 류경희씨(29)가 서울 삼성동의 사무실에서 수십 종류의 원단 샘플들을 들어 보이며 색조 분석 및 선정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세상에 존재하는 색깔의 종류요? 어유∼ 너무 많아서 말로 설명할 수조차 없어요. 그냥 색깔만 생각하고 색깔을 먹고 살 정도로 푹 빠져 있어야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예요.”

패션 컬러리스트 류정희씨(29)는 매일 알록달록한 수백가지의 색조 원단에 묻혀 산다. 컬러리스트는 유행하는 색깔과 트렌드를 분석하고 옷의 디자인과 느낌, 원단에 맞는 색조를 찾아 제안하는 직업.

색깔은 가장 먼저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는 요소인 만큼 의류업체는 끊임없이 바뀌는 색조의 동향을 민감하게 읽어내야 한다. 컬러리스트들은 디자인 작업에 앞서 일종의 ‘큰 밑그림’을 그려주는 역할을 맡는다.

류씨는 현재 타임, 시스템 등의 브랜드로 알려진 한섬의 선임 컬러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색깔만 들여다본 지 7년째. 현재 한섬의 컬러기획실에는 모두 10명의 컬러리스트가 활동하고 있다.

그가 일하는 서울 삼성동 한섬빌딩 3층의 사무실에는 화려한 색의 옷감과 스와치(원단을 조그맣게 잘라놓은 샘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벽면에 빼곡히 꽂혀 있는 100여권의 파일은 전부 스와치를 모아놓은 자료집이다. 무늬가 포함된 것까지 합치면 60만장이 넘는 색깔 디자인이 나열돼 있는 셈이다.

“올 가을에는 한동안 잊혀졌던 카키(흙색) 계열이 뜰 것 같아요. 어차피 가을에는 갈색 톤이 유행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브라운 계열은 컬러라기보다는 기본 바탕이죠. 그 안에서 카키 베이지 등의 트렌드와 여기에 어울릴 가을용 핑크, 노랑 등을 읽어내야 해요.”

류씨는 서울예고와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현 디자인학부)를 졸업한 뒤 한섬의 컬러리스트 제안을 받아들여 곧바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패션 컬러리스트는 20명 정도로 아직은 생소한 직업.

그러나 류씨는 컬러리스트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고 소개했다. 아파트 인테리어와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도 컬러리스트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컬러 컨설팅 업체나 연구소도 생겨나는 추세다.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의 흐름을 따라잡는 것이 어렵다”면서도 “일하는 것 같지 않고 즐기는 느낌이어서 무척 재밌다”고 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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