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피플]디케이건설 김정모 사장

  • 입력 2002년 3월 5일 17시 35분


땅을 보러 다니는 남자가 있다. 언뜻 부동산 투기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연간 매출액이 2000억원대에 이르는 중견 건설업체 사장이다.

디케이건설 김정모(金廷模·40) 사장. 그는 아파트를 지을 때 땅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택지가 고갈돼 땅 확보가 건설업계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서울 강남에서는 땅을 마련하는 실력이 곧 건설업체의 능력입니다.”

김 사장은 ‘강남’ 전문가다. 그동안 서울 강남구에서만 500여가구를 지었다. 이 지역에서 개발 및 분양 대행을 맡은 아파트는 2000여가구를 넘는다.

강남에서 아파트 용지를 마련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대형 택지가 없어 수십가구의 단독주택이나 나대지를 한꺼번에 사들여야 한다. 사업을 한번 하려면 땅 소유자가 50∼60여명에 이른다. 이들 중 한명이라도 땅을 팔지 않으면 사업은 물거품이 된다.

김 사장은 “다수가 소유한 땅을 택지로 개발하려면 개발 경험, 순발력, 자금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도심에서 택지를 사들이려면 암초가 많다. 무엇보다 토지 매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후 땅 소유자 중 한두 사람이 매각의사를 철회하는 것. 김 사장은 “2억원에 팔겠다고 계약서까지 쓴 후 마무리 단계에서 10억원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사업에 꼭 필요한 땅이어서 시세보다 5배나 높은 값에 땅을 사들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십명의 토지 소유자들과 매입 계약을 마무리하고 나면 몸무게가 10㎏ 정도 빠진다. 그는 “힘든 만큼 사업을 성공시켰을 때 이익이나 만족이 크다”며 수익성이 높음을 은근히 내비쳤다.

김 사장은 대도시 택지가 고갈될수록 반갑다. 땅 매입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김 사장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사업관리(PM)에 주력하고 있다. PM은 사업성 분석부터 상품기획 설계 시공 금융 임대 분양 관리 등 부동산 개발의 전 분야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김 사장은 “PM은 땅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라며 “땅 매입 노하우에 PM 능력을 결합해 개발 전문 건설업체로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올 매출 목표는 5000억원.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아 서초동에서만 3개 단지를 분양한다. 강남지역 택지 고갈이 디케이건설에는 성장의 밑천이 된 셈이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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