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피플]「과일과 16년」한화유통 이준재청과팀장

  • 입력 1999년 7월 1일 18시 33분


‘국내최고의 과일 박사.’

한화유통 상품1팀 야채청과 이준재(李俊載·36)팀장은 고객들 사이에 ‘수박과 대화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과수원집 아들로 태어나 농고를 졸업하고 83년 한화유통에 입사한 그는 백화점과 수퍼마켓의 과일 담당으로만 벌써 16년째 근무한 과일 전문가. 백화점 업무중에서 가장 힘들고 고되다는 청과분야의 특성상 대개 3∼4년을 버티는 사람이 드물지만 이팀장은 과일에 대한 남다른 식견과 능력으로 16년째 업계 최고 전문가로 군림하고 있다.

과일 때문에 겪은 에피소드도 많다. 80년대 중반 어느 겨울 할머니 한 분이 헐레벌떡 매장으로 뛰어들어왔다. 임신한 딸이 수박을 먹고 싶어한다는 것. 당시 한통에 2만∼3만원하던 수박은 모두 팔리고 한 통이 남아있었는데 이팀장이 보기에 그 수박은 전혀 속이 익지 않는 불량품이었다. 그는 할머니에게 불량품이니 다음에 오면 좋은 것을 골라주겠다고 설득했지만 할머니는 “들여다보지도 않고 속을 어떻게 아느냐”며 막무가내로 수박을 들고 갔다. 집에 가서야 이팀장이 옳았음을 확인한 할머니는 나중에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10여년째 단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팀장이 권하는 좋은 수박은 밑부분이 좁고 꼭지 부분은 약간 들어간 것. 줄무늬가 선명하고 색깔이 진하며 두드렸을때 둔탁하지 않고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이 최상품이다.

단골을 몰고 다니는 이팀장은 올 여름에도 수박을 골라달라는 고객들의 요청 때문에 점심을 거를 정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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