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Digital/카페같은 법원]브라질법정 잔잔한 음악에 향기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33분


은은하고 감미로운 향기. 방안을 감싸는 부드러운 불빛. 잔잔한 음악.

최면술을 시도하는 심령술사의 방 한가운데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곳은 원활한 재판진행을 위해 모습을 바꾼 브라질의 한 법정이다.

"대부분의 법정은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그러나 옅은 풀색으로 칠해진 방과 부드러운 향기와 음악, 조명은 이 곳을 '평화의 공간'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법정에 이색적인 분위기 연출을 시도한 브라질 쿠리티바 남부지역 호베르투 포르투갈 판사의 말이다.

'선(禪)판사'로도 알려진 포르투갈 판사는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차분하고 잔잔한 분위기가 반목과 불화로 얼룩진 쿠리티바 남부지역의 민사소송 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고 밝혔다. 이전에는 50% 정도였던 법원내 조정과 화해 비율이 법원의 분위기가 변한 뒤부터 70%까지 올랐다는 것.

"최근에는 법정에 나온 소송 당사자들에게 커피와 약간의 쿠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한결 긴장이 완화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싸움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일부 동료 판사들도 이미 포르투갈 판사의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고 있으며 법정을 새로운 색깔로 다시 칠하고 스테레오 음향 시스템과 조명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시 당국에 요청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에 대해 서울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냉철한 이성이 요구되는 법정에서 이같은 변화가 단기간에 일어나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법원이 되도록 화해와 조정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는만큼 이런 공간은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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