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고 놀자! 한복놀이단

  • 입력 2016년 10월 19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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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오색찬연한 한복차림의 청년들이 나타났다. 초가을 바람에 펄럭이는 치맛자락과 화사한 색감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기성복 못지않게 세련된 한복놀이단의 스타일에 주목해보자.


“한복은 우리나라 옷이며, 우리가 입지 않으면 그 어떤 나라의 사람들도 입지 않을 것입니다”-하봄 운영위원

과거 어려웠던 시절. 비록 주머니는 가벼웠지만, 명절마다 정갈하게 한복을 차려입고 양손 가득 선물을 든 채 귀성길에 올랐다. 요즘은 결혼을 위한 혼수가 아니고서야 한복을 입기 어려운 것이 현실. 다가오는 명절 곱디고운 우리 한복으로 멋을 내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한복 문화의 선두주자 ‘한복놀이단’을 만났다.

한복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모임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민간단체 정식 등록 후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한복놀이단’. 한복에 관한 문화기획이나 청년문화가 없던 상황에서 새롭고 젋은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자 창단됐다. 해가 거듭될수록 많은 관심과 응원이 이어져 현재 5,000여 명 규모의 큰 단체로 성장했다. 구성원들의 연령대는 중학생에서 40대까지 다양하며, 주로 20대 초·중반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인터뷰에 임한 6기 운영위원 4인방은 어렸을 때부터 한복을 좋아했고, 지금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복을 차려입는다고. 3대 단장인 권미루(한복여행가) 씨는 한복을 입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여행가로 이미 TV나 신문 등 각종 매체에 여러 번 소개된 바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한복이 좋아 명절마다 입었어요. 초등학생이 돼서는 생일파티 때마다 빠짐없이 챙겨 입는 특별한 옷이었죠. 성인이 돼서도 명절 때마다 갖춰 입다가, 2013년 다음 포털 카페 연합 행사에서 다양한 한복을 본 이후, 일상 속에서도 한복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전통한복, 생활한복, 패션한복 등 다양한 스타일로 일주일에 3번 이상 입고 있어요.”- 권미루 단장

이렇듯 한복놀이단은 ‘한복의 일상화’를 위해 본인 스스로 입는 것은 물론, 다양한 단체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이에 플래시몹이나 한복 파티 등 한복을 재미있고 세련되게 즐길 수 있는 행사들을 기획해왔다. 지난해에는 위안부 할머님들을 기리기 위한 플래시몹과 광복절 플래시몹을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잊혀가는 우리의 절기를 기억하기 위한 유두절 행사, 한복 세미나 등을 운영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단장인 김지해(장안대학교 관광경영과) 씨는 이러한 한복놀이단 활동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한복놀이단하면 아무래도 플래시몹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외에도 강좌나 체험행사를 통해 한복 제대로 알리기에 힘쓰고 있습니다. 9월에는 인천에서 한복 퍼레이드, 종로에서 강강술래, 한복 멘토&멘티 강좌 등을 기획하고 있어요. 이렇게 매달 열리는 한복놀이단 행사는 저희 페이스북을 통해 미리 알고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김지해 부단장

한복도 스타일리시하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복은 풍선처럼 부풀려지고 길이가 긴 치마저고리와 움직이기 불편한 소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날 본 한복놀이단 운영위원들의 옷차림은 조금 달랐다. 분명 한복이지만 보다 자유롭고 세련된 핏이었다. 특히 하봄(웹디자이너) 씨의 하늘빛 철릭이 에디터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상하의 흰색 민소매 생활한복에 환절기에 용이한 철릭을 걸쳐봤다는 그녀. 일상생활에 문제될 것 없이 편하면서도 고전미가 있었다. 디자인 일을 하는 하봄 씨는 한국 전통 색감과 무늬 등이 매우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복을 입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트렌디하게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이 많이 출시되고 있어 더욱 한복 입는 재미가 커졌다고 한다. 한편, 인터뷰이 중 유일한 남자였던 박창현(고려대 사회학과) 씨는 고운 여성 한복 틈에서 무직하고 고급스러운 남자 생활한복 맵시를 보여줬다.

“최근 날씨가 급격히 선선해지면서 여름 동안 입지 못한 긴팔 저고리를 오랜만에 꺼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빨강이 가을과 가장 어울리는 색깔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하의는 삼국시대 의복에서 모티브를 얻어 한복 바지 대신 일반 청바지에 위치마를 겹쳐 입어봤습니다. 가을에는 더 다양한 한복을 입을 생각이에요.”-박창현 운영위원

이들의 옷차림은 주로 생활한복이다 보니 기성복과 크게 이질감은 없으나,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지나가던 행인들이 “나도 저런 거 사 입을까”하고 소곤거리거나, 외국인들도 큰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특히 외국인들이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부탁하는 것은 이들에게 흔한 일이다. 박창현 씨는 한복의 일상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인데, 이에 핀잔 섞인 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고.

“전통한복이 아니라 생활한복, 신한복을 입고 다니다보니 크게 눈에 띄는 점은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한복과는 사뭇 다르게 응용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한복인지 양복인지 모르겠다는 핀잔을 친구들로부터 종종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한복의 역사와 오늘날 갖는 한복의 위상이나 콘셉트 등을 구구절절 설명해왔습니다(웃음).”

권미루 씨의 경우 한복을 입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보다 큰 관심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중 한국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은 꼭 다가와서 한복에 대해 아는 척을 했던 것. 이들의 옷차림은 자연스럽게 한국 홍보가 되어 몇 년 사이 SNS에서 유행하게 된 한복 착용사진 열풍에 일조했다. 최근에는 경복궁과 창덕궁 등 서울시 궁궐에서 한복을 입은 관람객에게 무료 관람 혜택을 제공해 한복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게 한복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속속 늘어났다. 한복을 구입할 수 있는 숍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비율이 1대 1정도라고. 오프라인의 경우 광장시장이나 삼청동을 주로 이용하고, 허리치마는 직접 만들거나 수선업체를 통해 제작하기도 한다.

한복이 일상화되는 날까지
흔히 한복놀이단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은 “오늘 여기서 무슨 행사 있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만큼 한복은 아직 명절이나 행사라는 테두리에 국한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한복놀이단은 한복이 일상복, 즉 데일리룩이 되는 날을 꿈꾼다.

“지금보다 많은 사람이 한복을 즐길 수 있는 판을 깔 예정이에요. 한복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가벼운 만남의 자리를(한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세미나, 한복과 어울리는 장신구 만들기) 만들 것입니다. 한복을 많이 입고 즐기는 마니아층을 위한 한복 마니아 축제와 파티도 계속 진행할 계획입니다. 전통한복, 패션한복, 생활한복, 퓨전한복 등 다양한 한복의 영역을 한데 모아 파이를 확장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입니다.”-권미루 단장

더불어 한복놀이단의 주요 연령대가 20대인만큼 “한복을 입고 이런 것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이벤트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제까지 내려온 한복의 전통이나 품위와 사뭇 다를 수도 있지만, 오늘날 젊은 층에서 한복이 소비되는 방식에 발맞춰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복은 우리나라 옷이며, 우리가 입지 않으면 그 어떤 나라의 사람들도 입지 않을 것입니다. 한복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생활한복도 한복의 한 종류이니 전통한복과 너무 괴리감을 가진 시선으로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하봄 운영위원

시중에는 지극히 전통의 느낌이 나는 것부터 일상복과 쉽게 매치할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하고 근사한 옷들이 많다. 꼭 두루마기와 저고리, 치마를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아도 좋다. 기성복과 어울리는 작은 아이템들을 하나둘씩 매치하다 보면 어느새 한복은 일상에 들어와 있을 것이다.


기사=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간예슬 객원기자
사진=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윤동길 객원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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