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네 수의사입니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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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월 29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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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동물병원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 28일 올라온 '좋은 동물병원, 좋은 보호자'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저는 평범한 동네 수의사입니다"로 시작하는 이글은 조영일
조앤박동물병원
원장이 썼다.

조 원장은 수의사이자 보호자로서 동물병원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칼럼형식으로 3회에 걸쳐 가감없이 소개한다.

< 좋은 동물병원, 좋은 보호자 >

저는 평범한 동네 수의사입니다.

요즈음 뉴스나 SNS의 여러 글을 보면서 동물병원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풀고싶은 마음에 오늘 또 보호자의 마음아픈 사연을 보고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저도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그 아이들에게 치료도 수술도 하는 수의사이자 보호자로서 드리고 싶은 이야기 입니다.

6. 치료비는 대체로 합리적입니다.

환자도 가격비교하고 병원마다 찾아다니면서 진단과 치료비도 비교합니다. 어떤 분이 과잉진료인 병원이 많다라고 하셨는데,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그런지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인으로서 좀더 경비를 줄이고 싶어서 고민하지만, 더이상 어디를 줄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치료비는 다 그만한 이유로 책정이 되어 있습니다. 제가 수의사니까 지인 중에 무슨 수술비 알아보니 얼마까지 해주면 데려오겠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전 반갑지도 않고 안 받습니다.

그 비용으로 문진하고 예약 상황보며 매수술마다 소독기구 포장하여 멸균하고, 일회용 의료용품 사용하고, 마취상태 모니터링하며 신경써서 수술하고, 좋은 약품 사용하여 주사놓고 약지어드리고, 10일후 실밥 제거 까지 스트레스 없을정도로 신경쓰게 되면 그 정도 비용은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괜히 하는것 같다고 마취전 '혈액검사' 필요없으니 싸게 해달라해서 마취 위험성 설명드리면 애 죽어도 뭐라 안할테니 그냥 싸게 '꿰매만 달라' 하는 분들도 있지만 돈 때문이 아니라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까봐 저는 안합니다.

보호자가 다 이해한다해도 내가 죽인셈이 되니 정신적으로 힘듭니다. 싼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난히 비싸기도 저렴하기도 한 병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식당을 가더라도 4000원 백반집에서 7000원 식당수준의 다양한 반찬과 서비스를 요구하면 안됩니다.

가뜩이나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저런 덤핑 치료로 돈 버는 병원이 참 얄밉습니다. 하지만 저희 손님중에도 어떤 수술비가 반이하로 저렴해서 막상 찾아가 보니 '혈액검사는 하지도 않고 신문지를 깔고 수술하더라' '기구도 씻지 않고 하더라'라며 기분이 상했다는 경험을 토로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저렴한 방법을 본인이 선택해놓고 과정이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저희도 안타깝지만 수의사 욕하는 환자분께도 많이 서운합니다. 저렴하다면 저렴한 만큼의 고객응대, 진단기술, 치료방법, 기대하는 예후. 당연히 다릅니다.

7.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하고싶은데..

제발 동물병원에 '안락사 견적이 얼마요' 이런식으로 전화하지 마세요, 한달에 두세번은 이런 전화받고 목구멍까지 욕이 나오는데 참을수밖에 없는 현실도 서글픕니다.

주인을 물어서, 신생아가 태어나서 키울 여력이 안된다고, 9살인데 수명이 다 된것 같다고, 기력이 없다고, 기침이 심하다고, 지병인데 약값이 많이 든다고, 사정이 있다고 이런 되지도 않은 이유로 오지도 않고 전화한통으로 물어 보십니다.

안락사의 기준은 있지만 전화로 물어보시는 분의 99.9%는 해당이 안되고, 그런 분들은 애초에 반려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습니다.

사람으로서 부끄러워야 합니다. 정말로 노환이나 이별 할때가 다 되었다면 다니시는 동물병원에서 원장님께서 먼저 말을 꺼낼 겁니다.

8. 정말 좋은 동물병원을 찾으신다면...

우리동네 집 가까이에 한자리에서 오래한 동물병원이 좋습니다. 정말 과잉진료로 비싸고 치료결과가 좋지 않은 병원이라면 당연히 오래 못갑니다.

오랜동안 한 자리에 있는 수의사는 자신의 치료에 책임을 지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리고 되도록 가까운 곳의 한 선생님께 오래 관리받는것이 좋습니다.

사람병원처럼 지역에 24시간 응급실이 많은 것도 아닌데 가까운 곳에 항상 편하게 통화가능한 애기를 잘 아는 주치의가 있다면 아주 좋겠죠.

SNS에 올라온 답답한 글도보고, 다른 선생님의 좋은 글도 일부 인용하여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저도 이제 수의사가 된지 10년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공부해야할 것도 많고 손님을 대하는것도 부족합니다.

이것저것 하고픈 말은 더 많지만,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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