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복막·혈액투석 차이는 … 활동량 많은 환자 복막투석 적합

  • 입력 2015년 10월 8일 1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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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병 등이 말기로 악화돼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투석 환자 수는 총 8만674명으로 1990년도에 비해 약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8~9%를 기록 중이다.
김치·젓갈 등 염장식품이나 국물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의 식성은 콩팥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사회 전반적으로 나트륨 줄이기 열풍이 불었지만 한번 짭짤한 맛에 길들여진 식성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신부전증 등 콩팥병 환자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콩팥기능이 약 10% 이하(사구체여과율 15㎖/min/1.73㎡미만)로 저하된 말기 신부전 환자는 심한 부종, 피로와 허약, 식욕 감소, 인지장애,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산증, 고칼륨혈증, 요독에 의한 심낭염, 늑막염, 뇌병증 등이 나타난다. 이 시기엔 투석 등 신대체요법을 받아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투석 방법으로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있으며, 각각 장단점과 적합한 환자가 다르므로 치료 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할 필요가 있다. 혈액투석은 몸안의 혈액을 굵은 바늘로 연결한 뒤 혈액투석기내에서 요독을 걸러내 다시 돌려주는 치료법이다. 간헐적으로 요독을 제거하므로 투석하지 않는 동안에는 약물요법과 식이요법을 준수해야 한다. 혈액투석 환자의 1년, 3년 생존율은 각각 93.8%, 78.7%로 비교적 높은 생존율을 나타낸다.
혈액투석을 받으려면 투석기와 환자를 연결시켜줄 혈관접근로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술엔 자가혈관인 동정맥루와 인조혈관이 쓰인다.

삼육서울병원 투석혈관센터 이형석 과장은 “자가혈관으로 만드는 동정맥루는 인조혈관보다 장기적으로 합병증이 적기 때문에 가능하면 동정맥루 조성술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좋지만, 수술 후 혈액투석이 가능할 만큼 혈관이 성장하는 시간이 인조혈관보다 길고 추가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원래 혈관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라면 무리하게 동정맥루 수술을 하는 것보다 인조혈관 수술을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수술 전에 혈관초음파로 혈관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혈관투석의 단점은 1주일에 2~3회 병원을 찾아 4시간씩 투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개인의 스케쥴관리가 어렵고 복막투석보다 비용이 약간 비싼 게 단점이다. 산정특례제도에 따라 치료비의 10%만 환자가 부담하면 되므로 한달에 약 25만~30만원이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복부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과거 복부수술을 받아 복막유착이 심하거나, 다낭성 신질환으로 복강 용적이 작은 환자에게 실시한다. 지적·육체적장애가 있고 체격이 큰 환자에게도 혈액투석이 적합하다.

복막투석은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인 복막을 이용한다. 투석액을 복강 밖에 주입하면 복막이 필터 역할을 하면서 혈액의 노폐물과 불필요한 수분을 복강 쪽으로 이동하는 원리다. 배 안(복강)에 약 2ℓ의 복막 투석액을 넣고 생활하면서 하루에 4회 투석액을 교환하는 방법으로 환자 스스로 집에서 실시한다. 이러한 방법은 혈액 내 노폐물을 단시간에 빼는 혈액투석에 비교해 신체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밤에만 복막투석을 하는 자동 복막투석기도 사용한다.

복막투석은 투석액 교환을 집에서 스스로 시행할 수 있어 자유로운 사회활동을 원할 때 선호된다. 바늘에 찔리는 불안감이나 불필요한 실혈이 없고 24시간 꾸준히 노폐물이 제거된다. 또 식사나 수분섭취가 혈액투석보다 자유롭고 혈압조절이 용이하다. 단 투석 환자는 영양이 부족하면 염증반응이 심해지면서 사망률이 높아지므로 체중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염증은 혈액내 칼슘을 뼈 대신 혈관으로 밀어 넣어 혈관을 딱딱하게 만들고 동맥경화나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양철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복막투석 환자는 일반 혈액투석 환자보다 자유롭게 먹는 편이라 과체중이나 비만관리에만 신경쓰기 쉽다”며 “그러나 투석환자는 저체중이 더 위험하기 때문에 균형잡힌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질량지수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점은 하루에 4번씩 투석액을 갈아줘야 하고, 복막염 위험이 높아 환자 스스로 도관 관리 등 항상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지속적인 복막투석 시 항상 배 안에 2ℓ의 투석액이 주입돼 배가 나오는 등 신체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성장기 15세 미만의 어린 환자나 동맥경화가 심한 노인 환자, 혈관 확보가 어려운 당뇨병 환자, 혈액투석을 견디지 못하는 심혈관계 합병증 환자, 혈액투석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혈압조절이 어려운 환자, 의료기관에서 먼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에게 주로 실시한다. 비용은 한달에 20만~23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혈액투석이 복막투석보다 잘 알려져 있는 데다 자가치료에 대한 부담감이 적어 시행률이 높은 편이다. 2013년 기준 혈액투석 환자는 5만2378명, 복막투석은 7540명으로 7배 가량 차이난다.

투석환자의 꾸준한 증가로 투석제품 시장은 지속적인 확장세다. 투석 전문 제약사의 매출은 지난해 미국계 박스터코리아 1740억원(수액제, 수술용 지혈제, 흡입마취제 등 포함), 독일계 프레제니우스메디칼코리아(FMC)은 1524억, 스웨덴계 한국갬브로는 930억원 수준이다.
국내 투석 환자의 90%가 혈액투석을 하고 있는 가운데 FMC와 한국갬브로가 혈액투석 시장을 70% 이상 점유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 진출한 FMC는 후발주자임에도 고가 복막투석 및 자동투석기 등을 도입하면서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복막투석에 강점을 가진 박스터코리아와 혈액투석 및 지속적 신대체요법 분야 글로벌 리더업체인 갬브로의 한국법인이 다음달 법적 합병완료를 계기로 포트폴리오를 보강함으로써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 3개 외국제약사가 절대적인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가운데 보령제약, JW중외제약, 녹십자엠에스(녹십자 자회사), 휴니즈(휴온스 자회사) 등이 틈새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동네의원들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투석 환자들이 거리가 먼 대학병원보다 인근 동네 개인의원에서 투석치료 받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 대학병원에서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 비율은 19%, 개인의원은 47%, 종합병원은 35%로 개인의원의 비율이 높았다. 재정적으로 고사 상태에 다다른 개인의원에게 투석치료는 수익 향상을 위한 새 활로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시설이나 인력을 갖추지도 않은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의원들도 상당히 많다.
투석치료비 중 90%를 국가, 나머지 10%만 환자가 부담하다는 점을 악용해 본인부담금을 깎아주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현행법상 1회 투석시 발생하는 총 비용은 15만원이다. 이 중 환자 본인부담금인 10%를 다 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즉 본인부담금을 2만원 가량 깎아준 뒤 박리다매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이같은 불법행위가 성행하고 있지만 정부는 형식적인 적정성평가만 실시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덕분에 선량한 투석의원은 물론 환자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한 종합병원 신장내과 전문의는 “일부 의원들의 불법 환자유인 행위가 더욱 은밀해지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하루빨리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투석의원 운영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 = 박정환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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