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자전거 식객’] 맑고 깔끔한 ‘간재미 무침’ 겨울이 제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2월 9일 07시 00분


목조주택을 짓는 목수인 필자는 몇 년 전 펜션 건축에 참여하느라 겨울을 태안과 안면도에서 보낸 적이 있다. 객지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아무래도 먹는 것이 부실해지고 따라서 몸이 축나기 쉬운데 그 탓인지 가끔 몸살을 앓는 경우가 있다.

그 겨울 만리포에서 일하던 중 몸살이 났다. 몸도 쑤셨지만 무엇보다 입맛이 없어 뭘 먹어도 모래를 씹는 것 같아 문제. 객지에서 몸이 아프면 안 그래도 서글픈데 입맛까지 없으니 딱 죽을 맛이었다. 지역의 동료 목수들이 걱정을 실어 바지락죽, 주꾸미 등 갖은 음식을 보내왔지만 입에 대지 못하던 중 우연히 간 간재미 무침 전문식당을 찾았다. 어떤 음식도 마다하던 입맛이 미나리와 쪽파가 듬뿍 들어간 간재미 무침의 새콤달콤함에 깨어났고, 이튿날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가오리 종류인 간재미는 사철 잡히는 어종으로 대개 3∼6월까지를 제철로 친다. 여름철 산란을 앞두고 두툼하게 살이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름기가 전혀 없는 간재미의 맑고 깔끔한 맛을 제대로 보려면 요즘 같은 겨울철에 무침으로 먹는 것이 제격이다.

이번 자전거 투어에서는 몇년 전 몸살을 앓을 때 입맛을 되찾아줬던 간재미가 생각나 안면도 방포항의 한 간재미집을 찾아가 오랜만에 간재미무침을 맛봤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며 추위에 시달린 뒤끝에 차가운 음식인 무침이 어떨까 싶었으나 서해의 겨울 간재미는 여전히 일품이었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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