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에서 연구팀이 개발한 콘택트렌즈가 우울증 치료 효과를 낸다는 점이 확인됐다. 셀 리포츠 피지컬 사이언스 제공
항우울제만큼 효과가 있는 우울증 치료 콘택트렌즈가 개발됐다. 렌즈에 저장된 전극이 뇌를 자극해 우울증을 완화한다.
박장웅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망막을 통해 뇌로 약한 전기 신호를 전달해 우울증과 연관된 뇌 영역을 자극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를 개발하고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셀 리포츠 피지컬 사이언스’에 14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안구 내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거나 안압을 측정해 안과질환이나 대사질환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있지만 뇌 질환 치료에 콘택트렌즈를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같은 약물, 전기경련치료(ECT), 뇌 이식형 장치 등이 있다. 기분 조절과 연관된 뇌 영역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법들이다.
연구팀은 기분 조절과 관련된 뇌 영역 일부가 망막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콘택트렌즈로 뇌 자극이 가능한지 시험했다. 눈은 해부학적으로 뇌의 일부 또는 연장선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눈이 뇌를 자극하는 비침습적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콘택트렌즈는 ‘시간 간섭’이라는 방법으로 뇌를 자극한다. 두 개의 전기 신호를 망막에 전달하면 두 신호가 교차하는 지점만 활성화돼 특정 뇌 영역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손전등 2개를 겹치면 손전등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밝은 빛이 만들어진다”며 “마찬가지로 콘택트렌즈에서 떨어져 나온 2개의 전기 신호가 눈 깊숙한 곳에서 겹쳐 기분과 관련한 뇌 영역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산화갈륨과 백금의 초박막층으로 전극을 제작해 콘택트렌즈가 유연하면서 투명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개발한 콘택트렌즈가 행동학적, 신경학적, 생리학적 관점에서 우울 증상을 감소시킨다는 점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연구팀은 치료 받지 않은 우울증 쥐 모델, 시간 간섭 자극을 받은 우울증 쥐 모델, SSRI 활성성분인 플루옥세틴을 투여한 우울증 쥐 모델, 우울증이 없는 대조군의 행동, 뇌 활동 기록, 혈액 및 뇌 속 우울증 관련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측정했다.
하루 30분씩 3주간 시간 간섭 자극을 받은 쥐들은 플루옥세틴을 투여받은 쥐들과 대등한 수준으로 행동이 개선됐다. 뇌 활동 기록에서는 우울증으로 손상됐던 해마와 전전두엽 피질 간 연결성이 회복됐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는 감소하고 행복 호르몬 수치는 증가하는 등 우울증 관련 바이오마커 수치도 일부 회복됐다.
박 교수는 “콘택트렌즈 치료는 행동, 뇌 활동, 생물학적 지표를 함께 개선시켰고 널리 사용되는 항우울제와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며 “웨어러블 기반 비약물 치료 접근법은 우울증뿐 아니라 불안장애, 약물 중독, 인지 저하 등 다양한 뇌질환 치료에도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콘택트렌즈를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엄격한 임상 평가를 거쳐야 한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더 큰 동물에서의 장기적 안전성을 시험하고 사용자별 맞춤 자극 방식을 개발해 환자 대상 임상시험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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