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확대가 심각한 출산율 저하를 반등시킬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택근무가 늘어날수록 출산 수준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된 것.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38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부부가 모두 주 1회 이상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여성 1인당 평생 자녀수가 평균 0.32명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사람 모두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부부와 비교한 결과다.
여기서 평생 자녀 수는 이미 낳은 자녀 수와 향후 출산 계획을 합친 개념이다. 분석 대상은 20~45세 성인이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후버 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응용경제학자 스티븐 데이비스(Steven J. Davis) 연구팀이 주도했으며, 전미 경제연구소(NBER)를 통해 25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분석 결과, 두 사람 모두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경우 평균 자녀 수는 2.26명이었다. 반면 여성만 주 1회 이상 재택근무를 할 경우 2.48명, 부부 모두 재택근무를 할 경우 2.58명으로 더 늘어났다.
주목할 점은 여성의 재택근무가 출산 증가와 더 강하게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남성만 재택근무 할 경우 평균 자녀 수는 2.36명으로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재택근무를 하면 왜 출산율이 증가할까? 연구진은 재택근무와 출산 증가의 관계를 설명하는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 재택근무가 육아와 일(유급 노동)을 병행하기 쉽게 만들어 여성과 배우자가 더 많은 자녀를 선택하게 되는 ‘직접 효과’다. 둘째, 이미 자녀가 있는 가정이 재택근무 가능 직업을 선택하는 ‘선택 효과’다. 다만 이는 재택근무 자체가 출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셋째, 재택근무 기회가 늘어나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 출산 증가로 이어지는 ‘기대 확대’ 효과다.
연구진은 “세 가지 설명 모두 재택근무가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쉽게 만든다는 점에서 일관된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팬데믹 전후 모두 동일한 경향 연구진은 재택근무 기회가 많을수록 출산이 증가하는 ‘뚜렷한 패턴’을 발견했다. 이러한 경향은 팬데믹 이전(2017~2019년)과 팬데믹 이후(2023~2025년) 모두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아울러 재택근무 효과를 인과적으로 해석할 경우, 미국 전체 출산의 약 8.1%가 재택근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24년 기준 약 29만1000명의 출생아에 해당한다.
미국에서 주 1회 이상 재택근무를 하는 비율은 약 39% 수준이다.
국가별 출산율 효과는 재택근무 확산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2024년 11월과 2025년 2월 수행한 ‘Global Survey of Working Arrangements(G-SWA)’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일주일에 최소 하루 이상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베트남(60%), 이집트(55%), 영국(54%), 아르헨티나·캐나다(각각 53%), 태국·중국(각각 50%), 브라질(50%) 순이었다.
한국은 24%로 38개국 가운데 밑에서 두 번째였으며, 꼴찌는 일본(21%)이다.
재택근무 비율은 조사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국가 간 격차가 크다는 점은 여러 자료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한국, 연 1만 명 이상 출생 증가 가능”
연구진은 한국과 일본처럼 재택근무 비율이 낮은 고소득 국가에서 캐나다·영국·미국 수준으로 높일 경우 출산이 얼마나 늘어날지 추가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일본은 여성 1인당 출산 자녀 수가 0.057명 증가(약 4.6%) 해, 연간 약 3만 1800명의 추가 출생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 여성 1인당 0.033명 증가(약 4.4%)로, 연간 약 1만 500명의 출생 증가 효과가 예상됐다. 참고로 작년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5만 450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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