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많고 미생물 적은 환경 재현
연구팀, 곰팡이 활용해 재배 성공
“지구 농사 전략이 달에서도 통해”
미국 연구팀이 수확한 마일즈 품종 병아리콩. 크기가 작고 회복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 텍사스A&M대 제공
우주를 향한 인류의 눈길이 달, 화성 유인 착륙으로 모아지면서 지구 밖 환경에서도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기술에도 덩달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과학자들이 달 토양을 모사한 환경에서 병아리콩을 재배하는 데 성공하며 달 현지 식량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사라 올리베이라 산투스 미국 텍사스A&M대 연구원팀은 모의 달 토양과 퇴비를 사용해 병아리콩을 수확하는 데 성공하고 연구 결과를 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공개했다.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해서는 호흡할 수 있는 산소 공급과 식수, 식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장기 거주에 필요한 식량을 모두 우주선에 싣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식량을 현지에서 조달할 방안이 필요하다. 척박한 지구 밖 토양 환경에서도 작물이 제대로 자라도록 만드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요 관심사다. 달 토양은 알루미늄, 아연 등 특정 금속 농도가 높고 지구 토양에서 볼 수 있는 미생물 군집이 없어 식물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어렵다.
텍사스대 연구팀은 줄지렁이(학명 Eisenia fetida)가 생산하는 천연 퇴비와 식물 성장에 도움을 주는 공생 곰팡이인 수지상균근균(AMF)을 활용해 ‘마일즈’ 품종으로 알려진 병아리콩(학명 Cicer arietinum) 재배 실험을 수행했다. 마일즈 병아리콩은 크기가 작고 회복력이 강해 공간이 제한적인 우주 임무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줄지렁이는 임무 중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나 면 소재 의류, 위생용품 등을 섭취해 퇴비를 만든다. 퇴비는 식물 필수 영양소와 다양한 미생물 군집을 공급한다. 균근균은 식물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고 중금속 흡수를 줄인다.
연구팀은 병아리콩의 뿌리를 균근균으로 코팅하고 퇴비와 모의 달 토양이 다양한 비율로 혼합된 환경에 심어 성장을 관찰했다. 사용된 모의 토양은 과거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유인 달 탐사 임무에서 확보한 달 표토 성분을 모방한 혼합물이다.
연구팀은 다양한 조건에서 자란 병아리콩의 양과 무게, 식물의 높이와 뿌리 질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균근균과 지렁이 퇴비를 모두 적용한 실험군에서만 병아리콩이 꽃을 피우고 콩을 생산했다.
모의 달 토양 비율이 75%를 차지하는 환경에서도 병아리콩의 생산성이 상업용 재배 환경에서 자란 대조군과 유사했다. 균근균을 처리한 식물은 미처리 식물보다 줄기와 뿌리 질량이 높았다. 식물 생장이 개선됐다는 증거다. 연구 제1저자인 제시카 앳킨 텍사스대 박사과정생은 “지구에서 쓰이는 작물 재배 전략이 달에서도 실행 가능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병아리콩의 맛과 안전성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달 토양 환경에서 수확한 병아리콩의 영양 성분을 분석하고 성장 과정에서 유독성 금속을 흡수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화성 토양에서 미생물 생존 가능성을 탐구하는 연구도 수행됐다. 조티 바사파티 라가벤드라 영국 애버딘대 연구원팀은 모의 화성 토양에서 미생물 생장 조건을 조사하고 연구 결과를 같은 날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공개했다. 애버딘대 연구팀은 모의 화성 토양 500mg을 60일간 무균 환경에서 관찰했다. 대기 습도는 화성과 유사한 34% 수준으로 유지됐다. 토양 내에 존재하는 유전물질 디옥시리보핵산(DNA) 질량은 30일까지 증가했다가 60일째에 완전히 사라졌다. 연구팀은 “가혹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토양에 존재하던 미생물이 성장했다는 뜻”이라며 “실험 결과가 화성에서 미생물 서식 가능 조건을 결정하는 데 기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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