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I/O 행사에서 한 남성이 안드로이드 XR 글라스를 통해 ‘제미나이 라이브’ 기능을 체험하고 있다. 이날 구글이 공개한 스마트글라스에는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그리고 제미나이 라이브 기능 등이 탑재됐다. 2025.05.21.마운틴뷰=AP/뉴시스
구글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차세대 확장현실(XR) 스마트 안경을 개발한다. 메타가 앞서고 있는 스마트 안경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구글은 자사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를 스마트 안경에 적용해 기능을 고도화하고, 제미나이의 생태계 확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 구글 글라스 실패 딛고 XR 시장 출사표
구글이 2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에서 연례 최대 행사인 개발자 콘퍼런스(I/O)를 열고 최신 AI 모델과 XR 기술 비전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이번에 공개한 XR 스마트 안경은 손으로 조작하지 않고도 음성 인식을 통해 실시간 통역을 해주거나 길 안내를 하는 등 고도화된 AI 기능이 적용됐다.
XR 스마트 안경의 하드웨어는 삼성전자가 맡아 개발하고, 안경 디자인은 국내 안경 브랜드인 젠틀몬스터가 맡게 된다. 스마트 안경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력은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에 이어 두 번째다.
샤람 이사디(오른쪽) 안드로이드 XR 플랫폼 부사장(VP)과 니슈타 바티아 구글 제품 관리자(스마트글라스·AI 담당)가 20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I/O 행사에서 스마트글라스를 시연하고 있다. 2025.05.21.마운틴뷰=AP/뉴시스
구글은 ‘구글 글라스’ 사업 실패 이후 스마트 안경 개발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구글 글라스는 2011년 처음 공개됐지만 적용된 기술이 사용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다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개발이 지연됐다. 결국 구글 글라스 사업은 2023년 3월 공식적으로 종료된 바 있다.
구글의 출사표로 메타와의 XR 스마트 안경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메타는 유명 안경 브랜드 레이벤과 손잡고 스마트 안경을 출시했다. 구글은 “XR 스마트 안경에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등을 탑재하고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앱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며 “제미나이와도 연동해 사용자의 행동을 인식하고 맥락을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 AI 검색 패러다임 ‘키워드’에서 ‘문장’으로
이날 컨퍼런스에서 구글은 핵심 사업인 검색 엔진에도 큰 변화를 예고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완전히 새로운 검색 기능인 ‘AI 모드’를 선보인다”며 “검색의 완전한 재구상”이라고 표현했다.
AI 모드는 지난해 구글이 선보인 ‘AI 개요(오버뷰)’에서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마치 AI 챗봇처럼 질문의 맥락을 읽고 검색 결과를 재구성해 보여주게 된다. 검색 결과에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구글의 지도나 그래프, 사진 등 시각적인 결과도 포함된다.
AI 모드는 20여 년간 구글이 고수해 왔던 ‘키워드’ 중심의 검색에서 ‘문장’ 중심의 검색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선포다. 이전까지 구글은 AI의 할루시네이션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으면 잘못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검색에 AI 도입을 주저해왔다. 하지만 오픈AI의 챗GPT 등 유력 AI 챗봇들이 등장하며 지난해 처음으로 검색 점유율이 90% 이하로 떨어지자 과감한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구글은 대표 AI 모델인 ‘제미나이 2.5’의 새로운 기능도 공개했다. 제미나이와 더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대화형’ 기능이 고도화됐다. 사용자는 AI 모델의 톤과 억양, 말투를 조정해 좀 더 감정이 섞인 드라마틱한 목소리를 내도록 할 수 있게 됐다.
제미나이 2.5 프로에 탑재되는 추론 모드 ‘딥 씽크’도 처음 선보였다. 복잡한 수학 문제 풀이와 코딩에 특화된 딥 씽크는 벤치마크인 멀티모달 추론 테스트(MMMU)에서 84.0%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라이브코드벤치에서도 선두를 차지했다. 구글은 추가적 안전성 평가와 전문가의 피드백을 반영해 개선 작업을 거친 뒤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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