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키 세븐’의 사나이 김재박, 70세에도 골프 70대의 비결[이헌재의 인생홈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5일 2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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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40인에 선정된 김재박 전 LG 감독이 지난해 8월 삼성-LG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40인에 선정된 김재박 전 LG 감독이 지난해 8월 삼성-LG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한국 야구 명(名)유격수의 원조 격인 김재박 전 LG 감독은 숫자 ‘7’과 인연이 깊다. 선수 시절 등 번호 7번을 달고 1977년 실업야구 7관왕에 올랐고, 1990년에는 LG의 창단 우승에 기여했다. 현대 감독 때는 70번을 달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네 번 올랐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공을 가지고 하는 건 뭐든 잘했던 그는 당구도 700점을 쳤다. 골프 역시 싱글을 의미하는 70대 타수를 친다. 누가 봐도 프로의 자세를 뽐내는 당구와 달리 골프 스윙은 다소 엉성하다. 선수 생활을 하던 1980년대 후반 골프채를 사자마자 곧바로 필드로 나가 혼자서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나 감각이 좋았던지 독학으로 단 2년 만에 싱글 플레이어가 됐다. 그는 “처음부터 제대로 배웠다면 지금보다 훨씬 잘 쳤을 것”이라며 “골프를 시작하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1년 이상 레슨을 받을 것을 권한다. 처음엔 번거로울 수 있지만 언젠가는 그 값어치를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 나이로 70세인 그는 여전히 몸 관리를 잘한다. 야구 유니폼을 입고 있을 당시 몸무게 77kg였던 그는 요즘 72kg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틀에 한 번은 빠른 걸음으로 70∼80분을 걷고,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 운동도 꾸준히 한다.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과식은 피하는 편이다.

가장 큰 효과를 본 운동은 팔굽혀펴기다. 하루에 150∼200회를 꼭 한다. 한 번에 30개씩 5∼7세트를 하면 된다. 그는 “몇 해 전 어깨가 아파 팔굽혀펴기를 시작하게 됐다. 통증이 점점 줄더니 몇 달 후부터는 통증이 아예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선수로 또 지도자로 누구보다 화려한 야구 인생을 보낸 김 전 감독이지만 항상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경북중에 다닐 때 그는 야구부에서 가장 키 작고, 발 느리고, 어깨가 약한 선수였다. 때문에 야구 명문 경북고에 가지 못하고 서울에 새로 창단한 대광고에 진학해야 했다. 고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졸업 후 새로 창단한 영남대에 입학했다.

영남대 1학년 때 배성서 감독을 만난 후 죽을힘을 다해 훈련에 매진한 뒤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체조 선수들과 함께 웨이트를 했고, 주력을 키우기 위해 육상부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1년 새 키가 12cm나 크면서 힘과 주력도 크게 좋아졌다. 이후 그는 야구 선수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후배 선수들에게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누구에게나 자신도 모르는 재능이 숨어 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까지도 재능 기부 등을 통해 야구와의 인연을 이어왔던 그는 여전히 애정 어린 눈으로 한국 야구를 바라보고 있다. 그가 감독 시절 데리고 있었던 선수 중 염경엽(LG 감독), 박진만(삼성 감독), 래리 서튼(롯데 감독), 홍원기(키움 감독)가 프로 사령탑을 맡고 있다. 그는 “나는 천생 야구인이다.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있다. 다음번 유니폼을 입을 땐 꼭 ‘77번’을 달고 싶다”며 웃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러키 세븐#김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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