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 의과대학 반드시 설립해야[기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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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식 경남시민주권연합 상임대표

지방자치시대가 부활한지 30년이 됐지만 지방분권은 요원하다. 구호만 있을 뿐 실질적 권한 이양이나 기관 분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사람과 돈, 자원, 기업은 모두 권한과 기관이 집중해 있는 수도권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위성도시들은 통제 불능일 정도로 비대해졌고, 비수도권의 지방은 소멸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망국이 걱정되는 이 같은 국가자원의 왜곡 분포를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나.

통계청 인구자료를 보면 국토의 88%에 달하는 지방은 점차 빈껍데기로 전락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살고 있고 지속적으로 증가할 기세다. 통계청은 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2596만 명으로 비수도권 인구 2582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각해 충격을 더한다. 미래 지방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자료에 따르면 25∼34세 청년층 56%가 이미 수도권에 살고 있다. 앞으로 그 비중은 더 심화될 것이다. 또 국내 1000대 기업 본사의 74%, 전국 20대 대학의 80%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수도권 중심 성장전략이 잉태한 ‘일그러진 결과물’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향후 30년 내에 전국 시군구의 37%, 읍면동의 40%가 사라질 운명이다. 이대로 지방분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가의 미래가 위태로워진다.

의료분야의 수도권 집중의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 굳이 통계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국민들은 다 안다. 수도권 원정 진료를 위해 경남사람이 지출하는 돈만 한 해에 교통·숙박비 등을 포함하면 수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수도권 원정진료 현황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진료실 인원 기준 지방사람 320만 명이 서울·경기·인천 소재 수도권 병의원으로 원정진료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급된 건강보험 비용만도 총 2조8176억 원에 달했다. 비급여 의료비와 교통·숙박비 등을 감안하면 비용은 더 커진다. 수도권-지방 의료 불균형을 방치해 언제까지 ‘지방사람 등골 빼먹기’를 지속할텐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의과대학 13곳에 입학정원이 1035명이나 된다. 전체 의대 정원 3051명의 33.9%가 수도권에 인가돼 수도권-지방 의료격차가 파생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반면 인구 100만이 넘는 특례시 창원은 도청 소재지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다. 경남 인구의 절반 정도인 180만 인구의 전북은 2개 의대에서 매년 235명의 의사를 배출하고 있고 인구 330만의 광주전남은 2개 의대에서 연간 251명의 의사를 길러낸다. 153만 인구의 강원도 4개 의대에서 267명을 매년 양성한다. 또 경남보다 10만 명 많은 350만 인구의 대전충남도 5개 의대에서 332명의 의사를 길러낸다. 그런데 경남은 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의과대학 1곳에서 겨우 76명의 의사만 배출한다. 경남이 의사 양성 인프라 전국 최하위권인 셈이다. 의사가 되고 싶은 경남 젊은이들은 타향객지를 전전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정부가 안다면 경남 창원을 ‘의대 설립 0순위’로 인가해야만 한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지방이 없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대한민국은 수도권만으로 지탱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이 시급한 지금, 지방분권·자치분권은 미래전략의 핵심이 돼야 한다. 의료기관 분산 배치도 그중 하나다. 경남 창원에 의대가 설립됨으로써 지역 인재가 지역에 남아 지방소멸을 방지하고 지역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내년 대선을 계기로 ‘경남 창원 의대 설립’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
정시식 경남시민주권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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