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부담 증가세 심각… 일차의료기관 확충-지원 서둘러야"

동아일보 입력 2021-06-17 03:00수정 2021-06-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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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이재호 가톨릭대 의대 교수
한국은 공공병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국가다. 2016년 기준 5.8%로 OECD 평균(65.5%)에 비해 크게 낮다. 얼마 안 되는 공공병원조차 수익을 추구한다. 게다가 의료 이용의 컨트롤타워인 ‘동네 주치의’가 없다. 환자는 증상 또는 질병에 따라 의사를 찾는다. 이로 인해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진료 빈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동네의원의 영세화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심하다. 동네의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경우도 대형병원에 입원하는 비율이 높다.

우리는 검진을 받을 때 주치의 안내 없이 백화점에서 물건 구매하듯 받는다. 갑상샘(선)암 과잉 진단율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렇듯 민간 의료시장이 공공을 압도하면서 의료비 증가 속도 역시 OECD 내 최고 수준이다. 여러 지표가 ‘빨간 신호등’인데 보건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최근 30년 동안 주요 선진국들은 노인 인구 및 만성질환자 증가에 대비해 일차의료(동네의원)의 역할을 강화해 왔다. 일차의료 의사에게 조정자(주치의) 역할을 부여하고, 공동 개원과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는 다학제 팀 진료를 장려해 왔다. 또 일차의료 의사는 지역사회에서 복지를 통합한 돌봄 체계를 구축해 왔다. 학부 학생들도 일차의료기관 실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일차의료엔 변화가 없었다. 전공 분야와 상관없이 사실상 모든 의사가 1차 진료를 한다. 지역사회에서는 의료와 복지가 분리돼 있다. 의대생 임상실습은 대부분 대형병원에서 이뤄지므로, 학생들은 일차의료 의사로서의 진로에 무관심하다. 언제까지 이러한 상태를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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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비 증가 추이를 보면 마치 브레이크 없는 차에 탄 느낌이다. 건강보험 재정파탄은 시간문제다.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해선 공공의료 확충과 일차의료 강화가 필요하다.

공공의료 확충이 많은 재원이 필요한 중장기 계획이라면, 일차의료 강화는 큰 재원 없이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비 제어장치를 마련하는 단기 계획이다. 일차의료를 강화하려면 주치의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함께 표준 일차의료기관 시범사업에 나서야 한다.

표준 일차의료기관은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학제 팀이 포괄적인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지역사회 내 복지와 의료의 통합 돌봄이 이뤄지는 센터이기도 하다.

건강보험공단 각 지사는 표준 일차의료기관을 설치하고, 의대는 표준 일차의료기관을 직접 갖추거나 위탁받아 운영해야 한다. 국민들이 가까운 일차의료기관에 주치의를 두고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더 이상 ‘브레이크 없는 차’에 국민들의 건강을 맡길 수는 없다.
#이재호#진료비 부담#1차 의료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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