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넷플릭스-통신사 ‘망 사용료 갈등’… 내주 1심 판결이 분수령

이건혁 산업1부 기자 입력 2021-06-14 03:00수정 2021-06-1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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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vs 넷플릭스 공방
이건혁 산업1부 기자
《“넷플릭스 때문에 생기는 통신 트래픽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 (SK브로드밴드)

“트래픽 관리는 통신사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에 불과하다.”(넷플릭스)

‘망 사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정 드라마’ 시즌1의 결말이 다가오고 있다.
양측은 4월 30일 법정에서 3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달 25일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측이 최근 넷플릭스의 새로운 주장에 사실관계를 추가로 따져봐야 한다며 변론 재개를 요청해 선고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판결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 큰 변화는 없다. 누가 이기든 넷플릭스 국내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인터넷 품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판결에 적잖은 관심이 쏠리는 건 넷플릭스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과 로컬 통신 대기업 사이 힘겨루기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국내외 빅테크와 통신사업자의 관계,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가 제공받는 인터넷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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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이용료 내야” vs “품질 관리는 통신사 의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건 2019년 11월부터다.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 달라는 ‘재정 신청’을 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트래픽 탓에 속도 저하 등 인터넷 회선 품질이 저하되자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했지만 협상이 잘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소송으로 대응했다. 논리는 이렇다. 인터넷 망 품질을 유지해야 할 의무는 SK브로드밴드 같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에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제공업자(CP)의 의무는 영화, 드라마 등을 제공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유발하는 트래픽 증가에 합당한 이용 대가를 지급하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고속도로에 비유한다. 넷플릭스가 만든 초대형 차량(콘텐츠)이 2, 3개 차로를 점거해 운행하고 도로를 손상시키고 있는데도 통행료를 안 내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양측의 법정 공방전은 단순히 ‘돈을 내라’ ‘못 낸다’ 수준이 아니다. ‘망 사용료’, ‘망 중립성’ 등 인터넷의 질서를 정의하는 개념 논쟁도 얽혀 있다. 먼저 망 사용료. 넷플릭스 입장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망 사용료라는 개념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입장이다.

망 이용 대가는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할 수 있는데, CP는 접속료만 지불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는 미국→일본 캐시서버(임시 데이터 저장소)→한국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전송 체계를 만들어놨는데, 캐시서버를 제공하는 일본에는 접속료를 내지만, 전송에 대한 대가는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같은 조건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인) 미국, 프랑스 등에서는 ISP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고 반박한다.

넷플릭스는 또한 특정 서비스에 대해 이용료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모든 CP는 ISP를 대가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이 이 같은 주장의 근거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망 중립성에 대해 “콘텐츠를 차별하지 말라는 의미지, 무료로 쓸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 빅테크발 트래픽 폭증에 갈등…“기울어진 운동장”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배경 중에는 넷플릭스 이용자가 최근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점도 있다. 2016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 이용자는 2018년 말 100만 명이 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12월 말 기준 410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넷플릭스 등 빅테크들이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크게 늘어났다. 올해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주요 IT 기업들의 하루 평균 트래픽 수치를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가 4.8%로 구글(25.9%)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용자 수는 구글의 2%에 불과한데도 트래픽에서 2위에 올랐다. 고용량, 고화질의 넷플릭스 콘텐츠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트래픽 부담도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카카오, 웨이브, 왓챠 등 국내 IT 기업은 물론이고 해외 기업인 페이스북도 ISP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도 넷플릭스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네이버는 망 이용 대가로 연간 약 700억 원, 카카오는 약 300억 원을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다. 임혜숙 과기부 장관도 지난달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CP가 통신사에 이용료를 전혀 내지 않는다면 기울어진 부분이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 최종 결론까진 먼 길
현 시점에서 법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SK브로드밴드가 승소하면 넷플릭스 공식 제휴사인 KT, LG유플러스도 망 이용료를 별도로 산정하는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들은 또한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 등 국내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해외 CP에도 망 이용료를 요구할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국내에서 최대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과의 망 이용료 협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넷플릭스가 승소하면 국내외 CP와의 망 이용료 협상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CP는 물론이고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도 망 이용료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CP의 망 사용료 부과 의무와 관련해선 이번 소송에 앞서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 법원은 방통위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통신망 접속 경로를 바꿔 이용자 피해를 입혔다”며 과징금을 부여한 데 대해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인터넷 접속 서비스 품질은 CP의 영역이 아니다”라는 이유에서다. 이 소송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해당 판결이 접속경로 변경에 따른 이익 침해 여부를 다룬 것으로 망 이용 대가에 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하루 방문자 100만 명 이상, 트래픽 1% 이상 유발하는 CP에 망 품질 의무를 부과한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되면서 CP에 망 품질 유지를 요구할 근거가 강화됐고, 이 법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건혁 산업1부 기자 gun@donga.com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통신 트래픽#망 사용료#인사이드&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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