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골라주는 남자’가 말하는 좋은 신발 선택법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기자 입력 2021-01-16 14:00수정 2021-01-2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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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대표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부터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도 함께 즐기고 있다. 정민호 대표 제공.
“신발은 기능보다 발에 딱 맞는 게 중요합니다.”

정민호 러너스클럽 이대점 대표(52)는 열정적인 스포츠 마니아이면서 달리는 사람들에게는 ‘맞는 신발 골라주는 남자’다. 1990년대 말부터 마라톤과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을 즐기며 직접 경험하고, 주위로부터 들은 신발 관련 불평불만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발을 연구해 소비자들에게 편안한 신발을 골라주고 있다.

최근 족저근막염과 아킬레스건염 등 운동 관련 질환이 늘고 있다. 너무 무리하게 운동한 게 가장 주된 원인이지만 맞지 않은 신발에서 기인한 경우도 많다. 2006년 KPI(Korea Pedorthic & Podiatry Institute·한국족교정(足矯正) 및 족학 연구소)에서 신발교정자격증을 획득했고, 2011년 한국페도틱협회에서도 실력을 인증한 정 대표로부터 알맞은 신발 고르는 법을 들어봤다.

정민호 대표가 2018년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를 거쳐 이탈리아로 골인하는 273.8km 트렌스알파인 대회에서 산을 오르며 포효하고 있다. 정민호 대표 제공.
“운동 초보자나 고수나 신발을 고를 때 브랜드나 기술, 기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브랜드는 다 기능적으로 뛰어납니다. 과학적 테크놀로지보다 내 발에 맞느냐가 최우선 돼야 편하게 걷거나 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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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펑션(Function)보다 핏(Fit)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발이 편해야 하고자 하는 운동도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일 신고 다니는 구두 및 운동화,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화, 4~6시간 산을 오르내리는 등산화 등이 불편하면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가.

“나에게 좋은 신발 선택법은 ‘볼궁뒤’라는 3박자가 맞아야 합니다. ‘(발)볼’과 ‘(족)궁’, ‘뒤(꿈치)’가 조화롭게 맞을 때 가장 편합니다. 발볼은 너무 조이지도 너무 헐렁해도 안 좋아요. 아치로 불리는 족궁과도 밀착감이 좋아야 하죠. 족궁 밑에 빈 공간이 있어도 안 좋고, 나무 빡빡하게 받쳐주는 느낌이 들어도 좋지 않아요. 자기 발의 형상에 맞게 빈틈없이 메워주는 느낌이 나야 합니다. 뒤꿈치가 들썩거리거나, 헐렁하지 않게, 잘 잡아주는 느낌의 신발이 좋습니다.”

정 대표는 어찌 보면 당연하게 고민해야 할 요소인데 사람들은 이런 점을 간과하고 브랜드와 기능에만 관심을 가지다 탈이 나고서야 진정한 고민을 한다고 한다. 신발 고를 때 기준은 발 모양이다. 볼이 두꺼우면 볼이 넓은 신발, 얇으면 얇은 신발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정민호 대표가 2018년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를 거쳐 이탈리아로 골인하는 273.8km 트렌스알파인 대회에서 산을 달리고 있다. 정민호 대표 제공.
“신발의 크기는 실제 발 크기의 8mm~15mm 커야 합니다. 그동안 임상적으로 보면 볼이 얇은 사람은 8mm, 볼이 두꺼운 사람은 15mm를 신어야 편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발수치가 얼마인지도 모르죠.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는 왼발, 왼손잡이는 오른발이 조금 더 큽니다. 습관적으로 신발을 사지 말고 구체적으로 재보고 그 수치에 맞게 사야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요즘 신발 수치를 직접 재어보고 권하는 매장이 많으니 꼭 그런 곳을 찾아서 신발을 사는 게 좋습니다.”

그는 “부득이 직접 신발을 고를 때는 앞에서 얘기한 조건을 잘 따져보고 양발 중 큰 발에 사이즈를 맞춰 구매해야 하라”고 조언한다. 양발의 사이즈 차가 커 작은 쪽 신발이 너무 헐거울 경우 양말을 두장 겹쳐 신거나 그것도 어려울 경우 양발의 중간 크기에 맞추어 신발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요즘 걷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신발이 좋을까?

“기준은 똑 같아요. 다만 오래 걸을 땐 신발 앞쪽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밀고 나갈 때 발등하고 발가락이 꺾이는 부분이 같이 꺾여주는 신발이 편합니다. 앞볼 쪽이 부드러운 신발을 고르면 됩니다. 그리고 바닥이 평평한 신발보다 앞볼 쪽이 약간 위쪽으로 굽은 게 좋아요. 앞으로 나갈 때 발이 잘 굴어가는 느낌이 들어야 편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평평하면 쉽게 발이 피곤해져요.”

등산화를 고를 때도 똑 같은 조건으로 고르면 된다. 등산화 자체가 산을 오를 수 있게 발판이 튼튼하기 때문에 자기 발 모양에 잘 들어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정민호 대표는 2004년 춘천마라톤 마라톤 풀코스에서 2시간 59분 30초로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안쪽 기록)를 달성했다. 정민호 대표 제공.
양말은 어떨까?

“양말은 두껍고 얇고 보다는 면 소재가 아닌 게 중요해요. 요즘 다 기능성 양말로 나오기 때문에 면만 피하면 됩니다. 면은 땀이 차면 마찰계수가 높아져 피부가 쓸리고 물집이 잡힐 수 있죠. 겨울엔 동상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정 대표는 “신발은 오후 늦게 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발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가장 작고, 저녁 무렵에는 5~10mm 커지는 경향이 있다. 오전 중에 신발을 구입하면 작은 것을 고르게 돼 발의 혈액순환이 나빠질 뿐만 아니라 통증이 올 수도 있다. 신발을 시험 삼아 신어볼 때는 선 상태에서 신어보는 게 좋다. 의자에 걸터앉았을 때와 서 있을 때의 발의 사이즈가 다르다. 서 있을 때가 앉았을 때보다 발이 10mm까지 커질 수 있다.

엘리트 선수는 아니었지만 학창 시절 육상 단거리 및 멀리뛰기 학교 대표로 활약했던 경험이 정 대표를 자연스럽게 달리기로 이끌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학교 축제 때 단축마라톤에 참가했고 사회생활하면서는 마라톤을 즐기게 됐다.

정민호 대표가 발 뼈 모형을 들고 발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민호 대표 제공.
“1997년 1988년 올림픽 기념 마라톤대회에서 하프코스를 처음 달렸어요. 1시간 57분. 힘들었습니다. 하프코스도 이렇게 힘든데 감히 풀코스는 엄두도 못 냈죠. 1999년 서울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습니다. 4시간37분. 죽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해냈다는 자신감이 불끈 솟았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훈련해야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됐습니다.”

그 때부터 제프 갤러워이가 쓴 ‘마라톤’ 등 책을 읽으며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매일 새벽 1시간 이상 달리고 출근했다. 주 5~6일을 달렸다. 그리고 꾸준히 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했다. 2004년 10월 춘천마라톤에서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의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안쪽 기록)를 달성했다. 2시간 59분 30초. 그해 중앙마라톤, 다음해 서울마라톤,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까지 4회 연속 서브스리를 기록했다. 동아마라톤에선 2시간 57분 40초로 ‘동아마라톤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6차례 서브스리를 기록한 뒤엔 3시간대로 천천히 즐기면서 달리고 있다.

그는 마라톤과 함께 시작한 트레일러닝도 즐겼다. 거제 100km, 코리아 50K, 트렌스 제주, 지리산 화대종주 등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대회를 포함해 웬만한 국내 대회는 다 출전했다. 그에게 2018년 유럽 트렌스알파인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독일 남부에서 출발해, 오스트리아를 관통해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273.8km 산악마라톤입니다. 알프스산맥을 하루 평균 38km씩 1주일을 달리는데 환상적이었죠. 해발 3200m까지 올라야 하니 힘들기도 하지만 화려한 경관에 빠지다보니 금세 1주일이 지나 갔습니다.”

정민호 대표는 2009년부터 ‘텐언더’에 가입해 철인3종도 즐기고 있다. 정민호 대표 제공.
선배 권유로 2009년부터 철인3종을 시작했다.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풀코스)를 10시간 안에 달린다는 모토의 ‘텐언더(10 under)’에 가입해 운동했다. 텐언더 훈련부장을 6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철인코스를 완주하지는 못했다.

“2013년인가 제주도 킹코스(철인코스)에 출전했다가 실패했어요. 사이클 타고 100km 지점인 돈내코에서 진이 빠져 주저앉았죠. 철인이 되려면 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하는데 사회생활하면서는 쉽지 않아 킹코스는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철인을 꿈꾸는’ 텐언더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그는 주로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와 하프코스(킹코스 절반)를 달린다. 올림픽코스 최고기록은 2시간30분대, 하프코스는 6시간30분대다.

정 대표는 좋아하는 일하며 돈 벌겠다며 2001년 대기업 과장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마라톤 마니아였던 그는 “마라톤 전문 용품 매장을 하는데 유통에 대해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는” 선배의 부탁에 “제가 하겠다며” 러너스클럽 영업팀장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2015년 독립했다. 러너스클럽 초기부터 편한 신발을 소개시켜주는데 주력했고 반응이 좋아 발교정을 연구하며 전문적인 피팅도 해주고 있다. 직접 다양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바로 알아차리고 맞는 신발을 골라주고 있다.

정민호 대표(왼쪽)가 ‘달리는 정치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발을 살펴보고 있다. 정민호 대표 제공.
정 대표의 신발 골라주는 서비스는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도올 김용옥 선생(73)과 ‘달리는 정치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59)도 직접 찾아 맞는 신발을 신고 돌아갔다.

정민호 대표는 소비자들의 발수치와 모양 등을 제대로 살펴본 뒤 알맞는 신발을 권유하고 있다. 정민호 대표 제공.
“발을 잘 체크해서 가장 잘 맞는 것을 소개시켜주고 있습니다. 깔창 등으로 미세 조정해주기도 합니다. 권해준 신발을 신고 소비자가 만족할 때 가장 기쁘고 뿌듯하죠. 신발이 편해야 운동도 즐거운 법입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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