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만석(84) 김정자(79) 씨 부부는 올 새해 첫날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에 출전했다. 당초 10km를 함께 달릴 예정이었지만 출발 당시 영하 6도라 위험하다는 주최 측의 권유에 따라 천천히 3∼4km를 걸었다. 부부는 마스터스마라톤계에서 ‘달리는 잉꼬부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한 해 코로나19 여파로 2∼5월 대회 출전을 하지 못한 가운데서도 10km만 77회를 함께 달렸다. 2002년부터 약 500회의 대회를 함께했다. 김 씨는 “마라톤 때문에 우리는 제2의 인생을 즐겁게 살고 있어요. 늘 함께 대회를 준비하고 출전하기 때문에 심심할 틈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부부는 “달릴 수 있을 때까지 함께 달릴 것이다. 우리 나이에 건강하게 사는 것 외에 무슨 낙이 있겠나. 달리기와 걷기는 우리 부부에게 최고의 건강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대한노인회 수장에 오른 김호일 회장(79)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장수 시대를 맞았는데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 1위다. 노인이 건강해야 대한민국이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노인들이 즐겁게 밖으로 돌아다닐 수 있게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노인만의 일자리 창출 등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노인이 집에 있으면 운동을 안 한다. 밖에 나가 지하철 및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면 하루 1만 보는 걷는다. 그게 노인 건강으로 이어진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 자살률도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노인이 건강하면 노인 의료비에 들어가는 재정을 아낄 수 있고 이를 노인복지 비용으로 상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만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35조7925억 원으로 국민 전체 진료비의 41.6%에 달했다.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제 웬만하면 100세는 사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이에 따라 국가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청년실업도 중요하지만 노인실업도 큰 문제이다. 무엇보다 노인 건강은 대한민국의 건전한 발전을 막을 수 있는 폭탄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도 노인정과 복지관 등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고령화에 대비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없인 바뀐 세상에 질질 끌려다닐 공산이 크다. 김 회장의 주장처럼 이제 노인을 경제의 한 축으로 봐야 한다. 청년고용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가 아닌 상생의 주역으로 봐야 한다. 노인들이 건강해야 일도 할 수 있고 의료비도 아낀다. 김영달 씨와 양만석 씨 부부는 부단한 개별적인 노력으로 건강하게 살고 있다. 현실엔 그렇지 못한 노인이 더 많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44%(2017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통계도 있다. 국가가 노인 건강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으면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닌 지옥이 될 수 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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