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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코로나 바이러스에 유전자 조작 흔적?… 과학계 “설득력 없는 음모론”

입력 2020-09-18 03:00업데이트 2020-09-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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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학자 ‘조작 증거’ 논문 공개 “中 실험실서 만들어 유출” 주장
과학자들 “입증 자료 부족하고 현재 기술력으론 불가능” 비판
중국 생명공학 기업 ‘칸시노’는 현재 전 세계 9종에 불과한 임상3상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 중 하나를 개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에서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음 모론에 불과하다는 게 과학자들의 입장이다. 칸시노 제공
14일(현지 시간) 코로나19 바이러스 조작 증거 논문을 공개한 옌리멍 전 홍콩대 연구원. 루스위민 영상 캡처
홍콩 출신의 생명과학자 옌리멍(o麗夢)전 홍콩대 연구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군사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14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과학자들의 자료 공유 사이트에 공개된 이 논문은 하루 만에 전 세계에서 40만 명이 읽으면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증거가 약하고 설득력이 부족한 전형적인 음모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코로나19 우한 제조설’을 허위정보로 보고 옌 연구원 트위터 계정을 차단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6개월이면 바이러스 감쪽같이 바꿔


옌 연구원은 26쪽짜리 논문에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CoV-2)가 자연적으로 진화하지 않았다는 근거를 세 가지 들었다.

먼저 중국 저장성 저우산(舟山) 지역에서 발견된 두 개의 박쥐 코로나바이러스(ZC45, ZXC21)의 게놈 염기서열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또 바이러스가 인체세포에 침투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돌기 단백질(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 중간에 특정 염기서열을 삽입한 듯한 흔적이 발견됐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 염기서열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해 인위적 삽입의 증거라고도 주장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에 침투하려면 가수분해효소에 의해 절단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절단부위가 감염에 더 유리하게 바뀌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옌 연구원은 “현재 기술로 실험실에서 6개월이면 충분히 바이러스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잘라 붙인 흔적’ 자연적으로도 생겨


옌 연구원의 주장에 대한 과학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특히 ‘조작의 결정적 증거’라며 제시한 ‘염기서열을 잘라 붙인 흔적’에 대해 비판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4월 발표했던 장혜식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연구위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은 “염기서열을 끼워 넣는 데 사용되는 효소(제한효소)가 자를 수 있는 특정 염기서열이 보인다는 게 근거인데 이런 서열은 다른 곳에서도 우연히 발견될 수 있다”며 “의미 있는 증거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유전자 조작이라는 어려운 연구를 언급하면서 구식 기술인 제한효소를 썼다고 한 점도 의아하다. 제한효소는 특정 염기서열만 인지해 자를 수 있어 제약이 많다. 장 연구위원은 “옌 연구원조차 같은 논문에서 보다 진일보한 염기 합성기술(깁슨 어셈블리)을 언급하고 있는데 굳이 제한효소를 증거로 대고 있다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원본’으로 제시한 두 박쥐 바이러스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더 가까운 염기서열을 지닌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와 천산갑 등에서 발견됐지만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옌 연구원은 논문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더 가까운 박쥐는 조작됐다”며 “곧 추가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연구위원은 “이렇게 주장한 근거가 실험 논문 한 편에 불과해 아직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감염 잘되는 바이러스’ 의도적 설계 어려워


바이러스를 감염이 잘되게 의도적으로 설계하기 어렵다는 점도 조작설을 반박하는 증거다. 세계 최초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돌기 단백질 구조를 정밀하게 밝힌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구조를 잘 알면 합성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기술력은 그 정도로 정밀하지 않다”고 말했다. 구조생물학자인 남궁석 SLMS 대표 역시 “스파이크 단백질과 세포 단백질이 잘 결합하도록 사전에 예측해 구조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전체 게놈에 변이가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도 ‘인공 제작설’을 부인하는 근거로 지적됐다. 남궁 대표는 “인위적 조작이었다면 ‘원본’을 놓고 기능 변화를 원하는 영역만 조작하면 되는데 그 외에도 아무 효과도 없는 돌연변이가 전체 게놈에 매우 많이 발견된다”며 “자연적으로 형성된 변이라고 보는 게 더 설득력 있다”고 설명했다.

게놈 전문가인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상무이사는 “1월 바이러스의 게놈이 공개된 뒤 많은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에서 조작의 흔적을 찾기 위해 시도했지만,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했다는 논문만 10여 편 나왔다”며 “옌 연구원이 이를 뒤집으려면 지금같이 부정확한 주장이 아니라 제대로 된 데이터와 논문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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