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꼼짝마”… 바이러스 잡을 ‘유전자 지도’ 나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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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과 질본 공동 해독… 위치-수-특성까지 정확하게 밝혀
진단기술 개선-신약개발 도움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을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유전체(게놈) 전체를 가장 정밀하게 분석한 유전자 지도가 처음으로 나왔다. 기존에 10개로 알려졌던 바이러스의 전사체(게놈에서 단백질을 만들 때 필요한 중간 매개 유전물질)가 9개로 정정됐고, 정확한 유전자의 위치도 결정됐다. 이 바이러스의 게놈을 해독한 연구는 기존에도 보고된 일이 있지만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와 수, 특성까지 정확히 밝힌 것은 처음이다. 진단 기술을 개선하고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교수)과 장혜식 연구위원, 김동완 연구원은 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게놈 전체와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감염된 뒤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 생산하는 전사체 전체를 해독한 결과를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9일자에 발표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리보핵산(RNA)이라는 유전물질 약 3만 개로 이뤄진 게놈을 가진다. 인체 세포에 침입하면 게놈 자체를 복제하고 게놈을 이용해 바이러스 껍데기와 효소가 되는 단백질을 생성한다. 게놈에서 필요한 부위(유전자)의 RNA만 읽어 일종의 ‘사본’에 해당하는 RNA를 따로 만든 뒤 이를 토대로 단백질을 만드는 2단계 과정을 거친다. 게놈은 일종의 ‘바이러스의 종합 설계도’인데 전사체는 불필요한 부분을 뺀 ‘핵심 설계도’ 사본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불활성 상태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게놈과 전사체 전체를 두 가지 차세대 염기서열해독기술을 이용해 해독했다.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바이러스의 전사체가 10개가 아니라 9개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또 이전까지 추정하는 데 그쳤던 여러 유전자 위치도 정확히 알아냈다. 새로운 RNA 수십 종을 발견하고 바이러스의 유전자 재조합이 활발히 일어난다는 사실도 밝혔다.

연구팀은 단백질을 만드는 핵심 설계도 역할을 하는 전사체에서 메틸기 등 화학 분자를 붙여 표시를 한 곳도 41곳 발견했다. 후성전사체라고 불리는 이 표시는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메모 역할을 한다. 후성전사체는 특정 염기서열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이는 바이러스의 복제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다.

김빛내리 단장은 “새로 발견한 RNA와 화학적 표시가 바이러스 복제와 생존, 숙주를 대상으로 한 면역반응 조절에 관여하는지 연구가 필요하다”며 “치료제를 개발할 때 표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바이러스 유전자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 진단 기술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코로나19#유전자 지도#진단기술#신약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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