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때문에 엄두도 못 냈는데…살면서 가장 잘한 게 마라톤 시작한 것”[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기자 입력 2020-03-28 14:00수정 2021-01-2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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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으로 새 삶 사는 손문희 씨
손문희 씨는 달리면서 삶의 힘든 일을 떨쳐내고 있다. 손문희 씨 제공.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게 마라톤을 시작한 것입니다.”

손문희 씨(60)가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다. 평소 건강을 위해 등산을 즐기다 수원마라톤클럽 회원인 지인의 권유로 달리기 시작한 그는 올 2월 23일 마라톤TV 주최 공원사랑마라톤에서 42.195km 마라톤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다. 2007년 4월 달리기 시작해 그해 9월 처음 풀코스를 달렸으니 약 13년 만에 100회 완주를 달성한 것이다.

“전 병원에서 심장이 좋지 않다고 해 달리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걱정이 됐죠. 마라톤을 권유받을 때 처음엔 거절했었죠. 건강을 위해 산에 많이 다녔지만 몸이 그렇게 좋아지진 않았어요. 그런데 달리니 확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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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에 당뇨까지 있어 약을 복용했지만 지금은 고혈압약은 완전히 끊었고 당뇨약은 최소한으로 먹고 있다. 손 씨는 “의사가 계속 달리고 있고 건강해 약을 안 먹어도 되지만 혹시 모르니 당뇨 약은 먹는 게 좋다고 해 먹고 있어요. 건강검진을 받아도 전혀 문제없게 나옵니다”고 말했다.

달리면서 그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삶에 활력을 찾았고 대회 출전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었다.

“사실 10년 전 남편이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나는 바람에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생업도 해야 했고 남편의 빈자리에 슬프기도 했죠. 그래서 그런 힘든 것을 잊기 위해 더 달리기에 매달렸어요.”

손문희 씨는 마라톤을 시작한 뒤 모든 성인병에서 벗어났다. 손문희 씨 제공.


연 2,3회 풀코스를 완주하던 그는 남편 사별 이후 장사도 하고 직장을 다니느라 약 4년간 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렸다. 악화된 건강도 지키고 시름을 떨치기에 달리는 게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매주 풀코스를 완주했다. 명절 땐 주 2회를 달리기도 해 한달에 5회를 완주한 적도 있다. 그는 “마라톤 100회 완주란 목표는 사실 남편을 잊기 위한 목표였어요”라고 했다.

“달리면 달릴수록 몸이 좋아졌어요. 무엇보다 마라톤을 하다 만난 선배님들과 전국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그는 동아마라톤, 춘천마라톤 등 메이저 대회에도 출전하지만 지방의 군소 대회에도 자주 출전했다.

“영주소백산마라톤과 정읍동학마라톤이 인상적이었어요. 소백산과 내장산을 끼고 있어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어요. 제 고향 경남 합천의 벚꽃마라톤도 달리기에 너무 좋았어요. 마치 벚꽃터널을 달리는 기분이었습니다.”

2009년 도쿄마라톤, 2018년 호치민마라톤,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마라톤 등 해외 마라톤에도 출전하고 있다.

손 씨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부터 ‘강호’의 면모를 보였다. 2007년 9월 강원도 철원 DMZ마라톤에 처음 출전해서 4시간50분에 주파했다. 초보자치곤 좋은 기록이었다. DMZ마라톤 하기 직전 부산 비치 울트라마라톤에서 50km도 완주했다. 그의 풀코스 최고기록은 2015년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 43분. 지방 대회에선 연령별 시상식에서 자주 시상대에 올랐다. 경기육상연합회 주최 대회에서 수원시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청남대울트라마라톤 100km에 출전해 12시간43분에 완주했다.

손 씨는 평소 주중에 수원마라톤클럽과 2회를 달린다. 평균 16km를 함께 달린다. 주말엔 혼자 수원 팔달산을 달린다. 3km 코스를 8바퀴 정도 달린다.

“요즘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강원도 횡성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평일엔 달릴 수 없어요. 하지만 농사짓는 것도 체력 훈련이 됩니다. 농사짓다 주말에 풀코스를 뛰어도 거뜬히 완주할 수 있어요. 요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대회가 다 취소되는 바람에 풀코스를 달릴 수 없어 안타까워요.”

손 씨는 100회 완주 이후 풀코스를 달리지 못하고 있다. 올 1월 1일 해돋이마라톤부터 월 2회 이상은 달렸는데 코로나19로 모든 대회가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문희 씨가 경기도 수원 자택에서 ‘100회 완주 증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의 뒤엔 마라톤 풀코스 완주 메달이 수북이 걸려 있다. 수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마라톤의 매력은 무엇일까?

“산은 힘들면 쉬었다 가도 되는데 마라톤은 멈추면 안 돼요. 그래서 힘들지만 골인지점을 지나면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아요. 30km를 넘어서면서부터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지’라며 한탄하며 다 쓰러질 듯 결승선까지 가면서도 5분만 쉬고 나면 몸이 정상으로 돌아와 바로 ‘다음엔 어느 대회를 나갈까’를 고민해요.”

손 씨는 이제 기록보다는 완주를 위해 달린다.

“기록을 욕심 낼 때 마라톤이 더 힘들었어요. 그런데 5시간 안쪽으로만 달리자고 편하게 마음을 먹으니 30km를 넘어서면서도 그리 힘들지 않아요.”

손문희 씨(왼쪽에서 네번째)가 수원마라톤클럽 회원들과 함께 100회 완주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손문희 씨 제공.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으니 다음 목표는 200회 완주다. 하지만 100회 때와는 다르다.

“100회 땐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매주 달렸지만 이젠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달릴 계획입니다. 즐겁게 건강을 위해 달릴 겁니다.”

그의 주변엔 500회, 300회, 200회 완주한 사람들이 즐비하다. 그들이 이렇게 달릴 수 있는 이유가 기록보다는 즐기면서 달리기 때문이다. 이런 고수들과 완주하고 난 뒤 달릴 때 느낀 점을 얘기할 때도 즐겁단다.

이제 그에게 마라톤은 평생 스포츠다. 주변에서도 마라톤을 하며 건강해졌다고 평가하고 있고 실제로 아주 건강하다. 하지만 마라톤을 평생 즐기려면 다치면 안 된다. 그래서 다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시작이 즐기면서 달리는 것이다. 욕심이 화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살면서 가장 잘한 게 마라톤 시작한 것’이라며 마라톤을 권하는 이유는 달리면 즐겁고 건강해지기 때문입니다. 달리면 정말 좋아요. 전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릴 겁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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