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상운]의료민주화, ‘대형병원 쏠림’ 해결이 먼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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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대한지역병원협의회공동회장·일산중심병원 원장
이상운 대한지역병원협의회공동회장·일산중심병원 원장
의료전달체계는 1989년 전 국민 건강보험 적용과 동시에 시행됐다. 대학병원 등의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 쏠림을 막고 의료 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여전히 대형병원 쏠림은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선 빅5 병원의 진료비 비중이 2017년 5.5%에서 지난해 6.23%로 상승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치과와 한방을 포함해 7만여 개에 가까운 의료기관 중 불과 5개 병원이 전체 진료비의 6.23%를 차지했다는 것은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의료전달체계는 사실상 붕괴 수준이다. 더구나 이들 빅5 병원은 모두 서울에 자리하고 있다.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종합병원 문턱을 더욱 낮췄고, 이 때문에 지방에 있는 환자들까지 이 대형병원들로 쏠리고 있다. 가장 평등해야 할 의료에 있어서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 더 유명한 명의를 찾는 것은 환자의 당연한 선택일 수 있지만 정책적 관점에선 국가적 낭비다.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여러 지역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서울로 몰려드는 것은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책입안자들에겐 이를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다.

빅5 병원 집중은 진료비 문제와 더불어 인력 문제를 연쇄적으로 야기시킨다. 상급종합병원은 대체로 병상당 3명 정도 인력이 필요하다. 이 상급종합병원들이 병상을 증설하고,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 추가 인력을 충원하면 비수도권 의료 인력을 급속도로 빨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의료 인력의 수도권 이동은 지방으로 갈수록, 특히 군 단위나 읍면 단위로 갈수록,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이런 수도권, 특히 빅5 병원 집중이 지속되는 한 도서 지역 병원들은 규모를 키우는 것은 고사하고 현상 유지조차 버겁게 된다. 특히 정규 간호사를 포함한 간호 인력 구인난은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병원을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진료비와 더불어 인력이 수도권으로 집중하는 것은 가뜩이나 열악한 도서지역의 의료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병상당 간호사 통계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간호사 1명이 0.97병상을 담당하고 있다. 종합병원은 1.69병상이다. 반면 병원은 간호사 1명이 5.7병상을 맡고 있다. 요양병원은 11.8병상당 간호사 1인이 근무하는 체계다. 간호인력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소득 분배와 평등을 강조하는 것이 정의로운 경제민주화라고 한다면, 모든 지역에서 적절한 의료 환경을 갖추는 게 의료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의 지역적 균형 발전과 합리화를 위해 진료비 집중 문제도 중요하지만 의료 인력의 대형병원과 수도권 쏠림을 억제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려는 것인지, 지역 간 계층 간 의료 환경을 불평등하게 만들어 의료 민주화를 거스르는 것은 아닌지 병원과 정부 간의 대화와 협력이 필요한 때다.

이상운 대한지역병원협의회공동회장·일산중심병원 원장
#헬스동아#건강#지역병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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