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발가락만 잘 관리해도 관절염-척추질환 예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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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외반증
엄지발가락 돌출되는 ‘무지외반증’, 女환자 비율 남성보다 3, 4배 높아
무릎, 고관절, 척추에 심각한 부담…발바닥 통증, 발가락 저림 등 증상
족부 전문의 모인 연세건우병원, ‘복합교정술’ 치료 환자 만족도 높아


문명의 발달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많다. 그러나 문명의 시작은 하나다. 바로 직립보행. 인류가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손이 자유로워졌고 그 결과 불을 발견하고 도구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직립보행의 핵심은 엄지발가락에 있다.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직립보행 전 원시인류의 발은 무언가를 타고 오르기 위해 엄지발가락이 크고 다른 발가락을 마주잡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초의 직립보행 인류인 루시의 발은 엄지발가락이 평행을 이루고 앞을 향해 있다. 엄지발가락의 변화는 현존하는 인류문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발이 제2의 심장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속담처럼 발은 늘 양말과 신발에 가려져 있어 족부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인지도는 낮다. 하지만 족부질환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연골손상이나 관절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상 보행을 좌우하는 엄지발가락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돌출되는 질환이다. 스페인 유전연구소에 따르면 모계유전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여성 환자 비율이 남성에 비해 3, 4배 높다. 하지만 최근 뾰족구두, 키 높이 깔창들이 보편화되면서 후천적으로 남성에게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관절염·척추질환 예방과 무지외반증 치료가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박의현 연세건우병원 병원장은 “엄지발가락이 정면을 향해 뻗어있기 때문에 보행 시 체중의 60%의 무게를 견딜 수 있고 다른 관절에 무리를 덜 주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무지외반증 발병 자체가 정상보행과 관절·척추 기능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무지외반증이 신체 기능저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국제근골격계장애 저널에 발표된 논문이 있었다. 무지외반증이 심할수록 걷기 속도 등이 감소했다는 것.

무지외반증 환자는 무의식적으로 엄지발가락에 체중을 싣지 않고 바깥쪽으로 걷는다. 몸의 중심이 외측으로 치우친 상태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무릎과 고관절, 척추에 심각한 부담을 줘 각 관절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실례로 오(O)자형 다리로 무릎관절염을 앓거나 발목연골손상, 발목관절염, 척추변형환자에서 무지외반증이 나타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계속되는 변형, 발바닥 통증

무지외반증 치료에 경각심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진행형’ 질환이란 점이다. 무지외반증은 시간에 따라 치료 전까지 변형이 계속된다.

발은 우리 몸에서 2% 남짓한 작은 면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안에는 수십 개의 인대, 신경, 혈관조직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다. 엄지발가락의 변형이 지속될수록 주변의 조직을 손상시키게 된다. 이런 조직 손상으로 발바닥 통증, 발가락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가 무지외반증 진단을 받은 환자가 적지 않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나머지 발가락에 체중의 대부분이 쏠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고 신경이 뭉치는 지간신경종이 발생한다. 족저근막염 역시 변형으로 인해 보행불균형이 발생하고 족저근막에 비정상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돌출된 뼈 돌려서 1자 교정

무지외반증 치료를 위해선 수술이 필수다. 골유합이 완전치 않은 소아청소년과 변형각도가 20도 이하인 경우는 변형지연을 목적으로 보조기를 활용하지만 말 그대로 지연일 뿐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다. 20도 이상을 넘어선 경우에는 수술적 교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치료를 앞둔 환자들은 수술 결정이 쉽지 않다. 통증과 긴 입원, 재발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그동안의 수술은 돌출된 뼈만 깎고 연부조직을 재건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재발위험이 높고 양측 무지외반증의 경우 심한 통증 탓에 동시교정이 어려웠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소절개 방식의 교정술, 연부조직재건술 등이 나왔지만 오히려 무지강직, 내반증의 위험이 높아 확실한 대안책이 되지 못했다.

박 병원장은 2011년 국제족부 SCI저널 FAI에 발표한 논문에서 ‘복합교정술’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복합교정술은 뼈만 깎지 않고 돌출된 뼈에 실금을 내어 돌려주면서 일자로 교정하는 교정절골술과 인공관절과 같은 통증이 심한 수술에서 통증완화효과를 보인 복합약물 주사를 병합한 수술법이다.

복합교정술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통증과 만족도를 비교한 결과 수술 후 통증을 평가하는 지표인 VAS(Visual Analogue Scale)에서 복합교정술 환자는 평균 2점대인 반면 비복합교정술은 5.5점으로 통증이 컸다. 수술 만족도는 복합교정술이 8.2, 7.5점으로 높은 데 반해 비복합교정술 환자는 3.5, 4.6점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평균 입원기간도 2일로 복합교정술을 받은 환자가 빨리 퇴원했다.

2016년 박의현, 이호진 원장은 대한족부족관절학회에서 복합교정술을 활용한 양측무지외반증 환자의 동시교정에 관해 발표했는데 전체 양측무지외반증 환자 중 류머티스를 비롯한 동반질환 환자 90%에서 동시교정에 성공했다. 평균 입원 기간은 2.5일 정도로 부담이 컸던 동시수술에서도 빠른 회복을 보였다.

세계 최초 족부전문 치료 병원을 향해

전국에 족부질환 치료를 위해 활동하는 의사는 200∼3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어깨, 무릎을 진료하는 의사에 비해 매우 적은 수다. 대학병원이라도 족부전문가가 없을 수 있다. 연세건우병원은 한 명의 족부의사가 수많은 질환을 담당해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검사와 오진에 대한 고민을 줄였다. 족부변형과 기형, 트라우마(외상), 관절염, 신경과, 힘줄손상 등으로 세분화해 5인의 족부의사가 각 파트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증상에 대해 모호하게 말을 하더라도 각 전문가가 이를 분석한 후 최종진단과 치료에 나선다. 검사, 진단, 치료, 수술까지 믿고 맡길 수 있다.

박 병원장은 “우리가 흔히 뿌리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관절건강에 있어 뿌리는 족부다. 하지만 경시되는 경향이 강해 조기진단과 치료율이 낮고 뒤늦게 병원을 찾아도 전문가가 많지 않아 치료까지 상당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이렇게 족부질환 각 분야에 저명한 5명의 의사가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족부질환 환자들이 발에 이상이 생겼을 때 혼란스러워 하지 않고 빠르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병원 하나쯤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였다”고 말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복합교정술#연세건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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