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44호에선 ‘주민센터(joomincenter)’라는 이름으로 와이파이 신호가 잡힌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44)이 ‘법안을 제안하고픈 주민은 자유롭게 찾아오라’는 뜻으로 붙인 의원실의 와이파이 이름이다. 14일 오전 ‘주민센터’에서 만난 박 의원은 “지난해 5월 국회에 들어온 뒤 대표 발의한 법안이 80건이 넘었다”고 했다.
박 의원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장기기증 촉진법안’도 한 대학생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이식용 장기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운전면허 시험 때 장기 기증 의사를 묻도록 한 법안이다. 지난해 8월 대학생 이승빈 씨(21)가 격주마다 박 의원의 지역구(서울 은평갑) 사무소에서 열리는 ‘민원데이’ 행사에 찾아와 제안한 내용이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의 장기 기증 참여율이 떨어지는 이유가 ‘부모가 준 신체를 해치는 불경스러운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유교문화 때문이라고 짐작했다”며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 반대였다. 기증 의사를 보인 비율은 10명 중 4명꼴이었지만 상당수는 절차가 복잡해서 시도조차 안 한 거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기증 서약의 문턱을 낮추는 법안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유다.
박 의원은 장기 기증 서약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최근 소방관 처우 개선법 통과를 위해 진행한 ‘소방관 GO 챌린지’ 캠페인에 수많은 국민과 연예인이 참여해 밀가루(화재 진압 시 발생하는 소화 분말을 상징)를 뒤집어쓴 것처럼, 장기 이식 대기자 3만여 명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서약운동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법률대리인(변호사)이었던 그는 국회 입성 후 ‘한 맺힌 듯 일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세면도구를 넣은 백팩을 짊어지고 다니는 데다 병원이나 길거리 등에서 잠든 모습에 ‘거지갑(甲)’이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박 의원은 “정권 교체 이후 노숙은 삼가고 있지만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다시 길거리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 기증 서약은 장기이식관리센터 홈페이지(konos.go.kr)나 전화(02-2628-3602)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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