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에이즈 환자는 병보다 사회적 편견이 두렵다

동아일보 입력 2015-10-14 03:00수정 2015-10-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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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바이러스 감염과 치료
2013년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마련한 플래시몹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에이즈 퇴치운동의 상징인 빨간 리본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DB

거칠 것 없이 30대의 삶을 만끽하던 어느 날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남은 수명은 30일 남짓이라는 것.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불법적인 일이라도 무관했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상태가 호전된 뒤에는 다른 환자들을 위해 허가받지 않은 약을 밀수해 팔기 시작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4년)의 주인공 론의 이야기다.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던 당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미국에서만 10만 명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여러 가지 치료제를 섞는 일명 ’칵테일 요법’이 도입되면서 치료 효과가 좋아지고 사망자는 급감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더 적은 항레트로바이러스제가 개발되면서 선진국에서 HIV 감염으로 인한 사망은 보기 드문 일이 됐다. 치료만 잘하면 감염인의 평균 수명이 정상인과 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했고, 평균수명이 늘어난 HIV 감염자들은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계질환 등 다른 만성질환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몸을 보호하는 면역세포가 파괴돼 기회감염과 암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나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 복용으로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면 기회감염이나 암에 노출되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HIV 감염이 곧 천형을 의미하던 시절은 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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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전히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람이 늘고 있는 데다 특히 조기 진단율이 낮다는 점.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외국인을 제외한 국내 에이즈 누적 감염인 수는 지난해 기준 1만1504명이다. 2004년 HIV 바이러스에 새로 감염된 사람은 610명이었는데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11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젊은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내 HIV 감염인의 연평균 증가율이 15∼19세는 20.6%, 20∼24세는 14.9%나 된다. 감염인 대부분이 감염 경로를 성 접촉으로 꼽아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올바른 예방법과 함께 조기 검진 및 치료의 필요성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에이즈=동성애’, ‘에이즈=문란한 성 생활의 결과’라는 편견이 강하다. HIV 감염자가 병원 문을 두드리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낮은 조기 진단율로 진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 접촉을 통해 전염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HIV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영화 속 주인공 론처럼 병원 직원을 매수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받거나, 약을 밀수할 필요도 없다. 많은 치료제가 나왔고 조기 치료와 예방으로 HIV 유행의 종식을 꿈꾸는 시대가 되었다. 정부에서 감염인의 진료 비용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비 부담도 거의 없다.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소통으로 누구라도 감염되었을 때 마음 편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 빨리 형성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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