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벤처기업 톡톡 튀는 기술 뒤에 ‘멘토의 한 수’가 있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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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타운 2주년… ‘멘토’의 세계

올해 4월 설립된 벤처기업 닷(DOT)은 최근 시각장애인용 점자를 표시할 수 있는 스마트 손목시계를 개발했다. 올해 말 미국 시장에 제품을 선보이고, 국내 한 은행에는 시각장애인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서면 잔액 정보를 문자로 보내 주는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닷이 짧은 기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멘토’였다. 닷은 지난해 7월 창조경제타운이 개최한 창조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본선에 오르며 창업을 꿈꿨지만 막상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엔 난관이 많았다. 성기관 닷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새로운 아이디어 제공부터 복잡한 부품을 배치하는 기술적인 조언까지 멘토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닷(DOT) 멤버들은 지난해 아이디어·창업경진대회 결선에 진출해 장려금 1000만 원을 수상했다. 멘토인 최진 루트아이템 대표(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도 수상의 기쁨을 함께 했다. 닷(DOT) 제공
벤처기업 닷(DOT) 멤버들은 지난해 아이디어·창업경진대회 결선에 진출해 장려금 1000만 원을 수상했다. 멘토인 최진 루트아이템 대표(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도 수상의 기쁨을 함께 했다. 닷(DOT) 제공
○ “모터 대신 전자석으로” 기술 조언은 기본

닷의 멘토는 최진 루트아이템 대표다. 최 대표는 국내 최초로 휴대전화 충전 자판기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창조경제타운의 요청을 받고 흔쾌히 닷의 멘토를 맡았다. 개인 시간을 쪼개 닷 기술진과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그는 모터 등 복잡한 액추에이터(구동 장치)를 쓰는 대신 전자석을 이용해 점자 핀이 튀어나오는 방식을 추천했다. 그 덕분에 닷의 스마트 손목시계는 일반 손목시계보다 얇고 크기도 작지만 언제 어디서나 정보기술(IT) 기기와 연결할 수 있다. 닷은 현재 유니세프 적정기술 공모전에 참가하는 등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IT 전문가인 송용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실장은 벤처기업 펫피트를 전담 마크하고 있다. 펫피트는 반려동물의 건강관리용 스마트 목걸이와 관련 앱을 개발했다. 반려동물 시장은 점점 커지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투자 유치는 쉽지 않았다.

송 실장은 스마트 목걸이를 구매해야만 관련 앱을 살 수 있도록 설계한 방식이 시장에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스마트폰용 간이 앱을 새로 개발하라고 조언했다. 스마트폰에도 인공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내장돼 있어 주인이 산책시키는 동안 반려동물이 이동한 거리와 운동량을 계산할 수 있다.

펫피트는 이 기술로 지난해 말 삼성그룹이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C-Lab 벤처창업 공모전’에 당선돼 순조롭게 제품화를 진행 중이다. 송 실장은 “과학자로서 재능 기부 차원에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지만 벤처가 성공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제품으로 만들어질 때까지 계속 멘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건강관리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 장악에 나선 벤처기업 펫피트 연구진이 제품을 앞에 놓고 향후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펫피트 측은 멘토의 조언에 따라 스마트폰 앱을 개발한 뒤 상품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펫피트 제공
반려동물 건강관리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 장악에 나선 벤처기업 펫피트 연구진이 제품을 앞에 놓고 향후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펫피트 측은 멘토의 조언에 따라 스마트폰 앱을 개발한 뒤 상품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펫피트 제공
○ 벤처 운영 노하우에 마케팅 전략도 조언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가 멘토로 참여한 벤처기업인 엄청난벤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단체 식사 준비를 위한 스마트폰 앱인 ‘머글라우’를 출시했다. 머글라우는 나이와 성별, 직업 등을 수집해 식사량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배식 지원 프로그램으로 호평을 받았다. 중국의 한 IT 업체는 300만 위안(약 5억4000만 원)에 이 기술을 사갔다. 이유미 엄청난벤처 대표는 “벤처를 처음 꾸리는 과정부터 운영까지 실질적인 노하우를 전수받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기술 사업화 전문가로 꼽히는 이민화 KAIST 초빙교수(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는 지난해 얼굴을 인식해 자동으로 현관문을 열어 주는 보안 서비스를 개발한 벤처기업 파이브지티(FiveGT)의 멘토로 기업의 투자 전략, 시장 돌파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조언했다. 그 결과 파이브지티는 대기업의 지원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파이브지티는 관련 기술을 금융권에 이전하면서 1년 반 동안 매출 12억 원을 기록했다.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점자 디바이스’.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점자 디바이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과학계 멘토가 모인 곳은 창조경제타운이다. 창조경제타운이 문을 연 지 2년이 지나면서 지금까지 홈페이지에 올라온 아이디어만 2만5000건을 넘었다. 이 가운데 245건이 실제로 기술 이전 등 사업화에 성공했거나 사업화가 진행 중이다. 이들 뒤에는 3470명에 이르는 멘토진이 버티고 있다.

송용준 실장은 “멘토진에는 과학자, 엔지니어, 벤처 대표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폭넓게 모여 있다”면서 “경험이 풍부한 멘토들이 최근 숨은 조력자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필수 코스처럼 불리는 와이(Y)콤비네이터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유료로 운영하며 모바일기기용 클라우드 서비스 1위인 드롭박스 등을 키워 냈다.

황영헌 창조경제지원사업단장은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멘토링을 통해 사업화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동영상 교육을 확충해 온라인 멘토링 서비스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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