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으로 싱크홀 찾아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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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레이더 이용한 기법들

첨단 영상레이더를 탑재한 국내 위성은 ‘아리랑 5호’가 유일하다. 아리랑 5호의 레이더는 몇 cm의 X밴드 파장을 이용하고 있어 도심의 지표 변화를 모니터링하기에 적합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첨단 영상레이더를 탑재한 국내 위성은 ‘아리랑 5호’가 유일하다. 아리랑 5호의 레이더는 몇 cm의 X밴드 파장을 이용하고 있어 도심의 지표 변화를 모니터링하기에 적합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땅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금씩 내려가기도 하고 올라오기도 하지요. 인공위성으로 지구를 내려다보면 이런 땅의 움직임이 잘 나타납니다.”

김상완 세종대 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위성에 탑재된 영상레이더(SAR)가 핵심”이라면서 “영상레이더를 이용하면 도심 싱크홀을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4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2012년 8월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 발생한 깊이 200m의 초대형 싱크홀에 물이 차오른 모습.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영상레이더로 지표 변화를 감시하면서 싱크홀 발생을 예측해 인명 피해를 막았다. OWOC 제공
2012년 8월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 발생한 깊이 200m의 초대형 싱크홀에 물이 차오른 모습.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영상레이더로 지표 변화를 감시하면서 싱크홀 발생을 예측해 인명 피해를 막았다. OWOC 제공
○ 이스라엘, 미국서 영상레이더가 싱크홀 잡아내

첨단 영상레이더를 탑재한 위성은 특정 주파수의 전파를 지상으로 쏜다. 전파는 땅에 닿으면 반사돼 다시 위성으로 돌아온다. 이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면 지표의 일정 지점까지 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수년간 이 데이터를 쌓으면 거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거리가 짧아졌다면 지표가 솟아올랐다는 뜻이고, 거리가 길어졌다면 땅이 가라앉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위성은 전파를 이용하는 만큼 밤에도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날씨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면서 “점점 침하하는 지표가 나타난다면 이는 싱크홀의 전조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공위성이 싱크홀 발생을 예측한 사례가 있다.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공동 연구팀은 이탈리아의 인공위성 ‘코스모-스카이메드(COSMO-SkyMed)’를 이용해 염분이 많아 사람이 누우면 둥둥 뜨는 것으로 유명한 소금 호수 사해(死海) 인근의 싱크홀 전조현상을 2012년 잡아냈다.

또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09년부터 인공위성에 탑재하는 영상레이더를 무인기에 달아 루이지애나 주의 지표 변화를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2012년 루이지애나 남부 배이유 콘 지역에서 지반 침하가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해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실제로 그해 8월 NASA가 예측한 지점에서 넓이 10만 m², 깊이 약 200m인 초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도심 싱크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푹 꺼졌다. 동아일보DB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도심 싱크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푹 꺼졌다. 동아일보DB
○ ‘아리랑 5호’ 도심 싱크홀 감시 활용 가능

도심형 싱크홀의 경우 X밴드 레이더가 도심 지역의 지형 정보를 고해상도로 나타낼 수 있어 효과적이다. 최근 서울 송파구 방이동과 용산구 용산역 인근에서 잇달아 발생한 싱크홀이 도심형 싱크홀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최근 위성의 공간 해상도가 수 cm 정도로 높아지고 관측 주기도 짧아지고 있어 싱크홀 발생을 예상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운용하는 위성 중 영상레이더를 탑재한 건 2013년 발사된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5호’가 유일하다. 아리랑 5호에는 파장이 몇 cm인 X밴드 레이더가 달려 있다. 정형섭 서울시립대 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아리랑 5호가 보내오는 영상을 분석해 도심 싱크홀이 발생하기 쉬운 곳을 예측할 수 있다”면서 “현재 아리랑 5호가 28일 주기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만큼 발사 후 3년 정도 지나면 싱크홀 예측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위성 관측과 함께 현장에서는 싱크홀을 직접 찾아다니며 조사하는 탐사도 병행한다. 대표적으로는 지면투과레이더(GPR)를 땅속에 쏜 뒤 반사파를 분석해 싱크홀을 찾는 방식이 있다. 또 지표에 시추공을 뚫은 뒤 시추공을 통해 지반의 온도를 재고 주변 지하수의 수위 변화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방법도 싱크홀 예측 기법 중 하나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인공위성#싱크홀#영상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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