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눈’으로 외계행성 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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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 천체 관측 시스템 완공

칠레 북부 토롤로 산에 ‘외계행성탐사시스템(KMTNet)’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망원경 경통을 천문대 안으로 옮기고 있다. 지금은 모든 시설을 완공하고 시험 관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칠레 북부 토롤로 산에 ‘외계행성탐사시스템(KMTNet)’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망원경 경통을 천문대 안으로 옮기고 있다. 지금은 모든 시설을 완공하고 시험 관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우주를 보는 눈이 대단히 넓어졌습니다. 천체 관측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춘 칠레와 한국의 뛰어난 관측 능력이 만나 시너지를 낼 것입니다.”

22일 오후 5시(현지 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 한국천문연구원과 칠레과학기술위원회는 천문 우주 분야의 협력을 도모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인우 한국천문연구원장은 e메일을 통해 “한국과 칠레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이 천문학 분야의 협력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면서 “칠레는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 경험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과의 협력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자리에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배석해 한국과 칠레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 ‘3개의 눈’으로 24시간 외계행성 찾는다

천문연구원은 2009년부터 외계행성을 탐색할 광학망원경을 짓는 ‘외계행성탐사시스템(KMTNet)’을 진행해왔다.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3개국에 망원경을 1기씩 건설해 24시간 릴레이로 쉬지 않고 우주를 관측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칠레 북부 토롤로 산에는 지름 1.6m 거울과 3억4000만 화소 카메라가 달린 KMTNet 1호 망원경이 완공됐다. 이충욱 책임연구원은 “망원경 1기로는 보름달 16개를 한번에 관측할 수 있을 만큼 넓은 영역을 한번에 촬영한다”면서 “KMTNet은 한번에 별 3400만 개를 관측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관측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KMTNet은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포착해 외계행성을 찾아낸다. 미시중력렌즈는 멀리 있는 별에서 오는 빛이 중간에 끼어드는 또 다른 별의 중력 때문에 휘어져 밝기가 변하는 현상이다. 마치 별의 중력이 렌즈처럼 작용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중간 별 주변에 외계행성이 있으면 멀리서 오는 별빛의 밝기가 불연속적으로 변하는데, 이 신호를 포착해 외계행성을 확인한다.

김승리 책임연구원은 “지구와 크기가 비슷한 외계행성인 ‘슈퍼 지구’의 경우 신호가 1, 2시간 지속될 뿐”이라면서 “세 나라에서 8시간씩 24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관측하는 만큼 슈퍼 지구를 발견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KMTNet으로는 연간 200개 안팎의 외계행성이 발견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계행성이 처음 포착된 뒤 약 20년간 2000여 개를 찾아낸 기록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수다.

○ ‘거대마젤란망원경’ ‘알마’도 칠레에 들어서

KMTNet을 국내에 설치하지 못한 이유는 관측 여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장마 등 흐린 날이 많아 천체 관측에 불리하다. 반면 칠레는 연중 300일 이상 건조하고 맑은 날이 지속돼 세계 각국이 앞다퉈 자국의 천문대를 짓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 호주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거대마젤란망원경(GMT)’도 10년간 개념 설계를 마치고 올해 말 칠레 북쪽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라스캄파나스 산꼭대기에서 건설에 돌입한다.

GMT는 지름 25m급 광학망원경으로 2020년 완공되면 세계 최대 관측 시설이 된다. 25년째 우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허블우주망원경보다 최대 10배 멀고, 최고 100배 어두운 천체까지 관측할 수 있어 블랙홀과 초기 우주, 암흑물질 연구 등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전체 사업비의 10%인 1000억 원을 투입해 연간 30일 이상 관측 시간을 확보한 상태다.

또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와 공동으로 GMT의 첫 관측 장비인 고분산분광기를 개발하고 있다. 고분산분광기는 별빛을 파장별로 미세하게 분해할 수 있어 KMTNet으로 연구하기 어려운 외계행성의 대기 성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천문연구원은 2013년 칠레에 들어선 세계 최고 성능의 전파망원경 ‘알마(ALMA)’ 관측권도 지난해 확보했다. 전파망원경은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영역보다 훨씬 긴 파장의 전파를 포착하는 만큼 별의 형성 초기 등 우주의 또 다른 영역을 연구할 수 있다. 알마는 전파망원경 66기로 이뤄져 있어 행성이 탄생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등 외계행성의 형성 과정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종수 책임연구원은 “KMTNet과 GMT, 알마를 활용하면 외계행성의 탄생부터 특징까지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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