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대구’ 게놈 최초 해독…동상-고지혈증 치료 청신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6일 14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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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남극 차가운 바다 속에 살고 있는 '남극대구'의 유전체(게놈) 전체를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의료에 응용할 경우 각종 심혈관계 질환 치료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현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책임연구원팀은 미국, 호주 국제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로 '남극대구'의 유전체(게놈) 전체를 분석에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남극고등생물의 게놈 전체가 해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극 주변 바다는 평균 수온이 영하 1.9도로 낮지만 222종의 남극 고유 어류종이 살고 있다. 남극대구는 이중 77%를 차지하는 대표 어종으로 영하 8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극저온성 어류로 구분된다.

이번 연구결과 남극대구는 약 100만 년 전 온대성 어류인 큰가시고기(Gasterosteus aculeatus)에서 분리돼 남극환경에 맞도록 독자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극대구의 전체 유전체 크기는 637메가베이스(Mb, 1Mb는 100만 개의 염기)이며, 실제로 유전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3만2260개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만3123개는 남극대구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유전자로 확인됐다.

남극대구는 극저온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까닭은 혈액이 얼어붙는 것을 막기 위한 항동결단백질, 저온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포화지방대신 굳지 않는 불포화지방산을 체내에 합성하는 성질 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세균이 거의 없는 지역이라 면역체계는 온대성 어류에 비해 약한 편이다.

박 박사는 "남극대구가 저온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적으로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밝혀낸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이 결과를 인간에 적용하면 동상이나 고지혈증은 물론 면역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유전체 분야 학술지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9월 25일자에 실렸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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