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첨단의학을 달린다]서울성모병원, 최소침습으로 암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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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 시대는 저물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수술실에서 복강경 기법으로 위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수술실에서 복강경 기법으로 위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암 수술 성적이 병원의 위상을 결정한다.’

의료계에서 통용되는 정설 중 하나다. 국민 건강에 가장 위협적인 중증질환인 ‘암’에 대한 대처 능력이 병원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5월 의료기관 암 수술 실적을 발표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위암, 대장암, 간암 등 전 부문에서 1등급을 획득해 ‘암 수술 잘하는 병원’의 면모를 과시했다.

암 환자의 생존율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암 치료도 생존 자체보다 각종 최신장비와 치료법을 동원해 수술 뒤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2010년 최소침습 및 로봇수술센터를 개소해 국내 최첨단 수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이 병원 암 수술의 핵심은 최소침습수술이다. 복강경이나 로봇 등 첨단 장비를 이용해 최소한의 절개만 하는 최소침습수술의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최소침습 및 로봇수술센터장인 김준기 교수(대장항문외과)는 “위험을 감수하고 배를 여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며 “서울성모병원은 전신인 강남성모병원 시절부터 최소침습수술을 다른 기관보다 먼저 받아들여 기술 개발에 천착해왔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개복 수술은 수술로 인한 출혈과 감염의 위험, 수술 후 통증, 장기 입원, 긴 흉터 등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수술 때 환자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복강경 수술, 다빈치 로봇 수술이다.

복강경 수술은 배를 열지 않고 0.5∼1.5cm 크기의 포트라는 플라스틱 튜브를 사용한다. 포트를 이용해 구멍 4, 5개 만들어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복강내 공간을 만든다. 이 구멍을 통해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시경과 수술 기구를 넣고 모니터를 보며 수술을 진행한다.

다빈치 로봇 수술은 540도로 자유롭게 돌아가는 4개의 로봇 팔을 이용한 원격 수술이다. 인간의 손동작보다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해 인간 손의 한계를 뛰어 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최첨단 수술들은 일반 개복 수술에 비해 절개 부위가 적어 출혈이 적고 수술 뒤 통증과 위험이 적으며 회복이 빠른 덕분에 입원 기간도 짧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시간도 빨라진다.

김 센터장은 2011년 12월 국내 최고령인 102세 대장암 환자를 복강경으로 수술해 성공한 바 있다. 그는 “당시 6시간 정도의 비교적 장시간 수술이었으나 큰 개복창상으로 인한 수술 뒤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강경으로 수술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복강경 수술의 우수성을 간파하고 1994년 국내 복강경 대장암 수술을 들여와 국내형으로 개발하고 확산시켰다. 2009년에는 대장암 영역의 모든 복강경 수술 방법이 담긴 ‘복강경 대장수술’이란 책을 각계 전문가와 공동으로 펴냈다. 해외에서 열리는 라이브서저리 심포지엄에 한국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오승택 대장암센터장은 “초기 대장암은 45% 이상이 복강경으로 가능하다. 암이 옆 장기로 퍼졌거나 너무 클 때 등을 제외하고 3, 4기까지 복강경 수술을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복강경 수술은 대장암뿐만 아니라 위암 간암 전립샘암 부인암 등 다양한 암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또 복강경 수술은 개복수술과 비교해 수술 뒤 생존율에 별 차이가 없다. 서울성모병원 송교영 교수가 2011년 미국 외과종양학회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조기 위암으로 복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의 3년 생존율은 97.3%에 이르렀다. 효과 면에서 배를 가르는 위암 수술과 차이가 없었다.

송 교수는 “복강경 위암수술의 장기 생존율은 암 수술의 안전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고 밝혔다.

한편 다빈치 로봇 수술은 복강경 수술이 채워주지 못하는 미세함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빈치 로봇은 복강경 수술과 달리 해상도 높은 3차원 카메라로 환부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환부를 10∼15배 확대한 영상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의사의 손놀림이 기계에 전달될 때 미세한 손 떨림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현재 병원의 로봇수술은 비뇨기과 영역의 전립샘암 방광암 신장절제술 신우형성술, 외과 영역의 갑상샘암 위암 대장암 직장암 비장절제술담낭절제술, 산부인과 영역의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자궁근종 난소종양수술, 흉부외과의 폐암수술 심장판막재건술 심장중격결손 관상동맥우회술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적용할 수 있다.

전립샘암을 로봇으로 수술하는 이지열 교수(비뇨기과)는 “전립샘암은 수술하면서 좋은 시야가 확보되지 못할 때가 많다. 골반 안쪽에 암 세포가 자리하는 때가 특히 그렇다”며 “전립샘 주변에 배뇨, 성기능 관련 신경이 많아 정밀한 수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로봇 수술은 의사에게 좋은 시야와 정밀함을 보장해준다”고 밝혔다. 비슷한 이유로 여성의 자궁근종 수술 때도 로봇이 인기를 얻고 있다.

로봇 수술은 수술 흉터를 최소화시키는 장점도 있다. 완치율이 매우 높지만 목 부위를 절개하는 갑상샘암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도 로봇 수술을 선호하는 이유다. 특히 전체 환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20, 30대 젊은층으로부터 인기가 높다.

배자성 교수(갑상선외과)는 “로봇 수술로 갑상샘암 여성 환자들의 고민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겨드랑이 부위에 조그맣게 피부를 절개하고 이곳을 통해 로봇 팔을 집어넣어 암을 절제하기 때문에 목에 상처가 전혀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MD앤더슨·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존스홉킨스…
복강경 수술, 세계 어느 병원에도 뒤지지 않는다▼


서울성모병원의 복강경 수술 성과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MD앤더슨,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존스홉킨스 등 세계 정상급 암 병원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성과를 자랑한다.

박조현 위암센터장(위장관외과)은 “복강경 등 최소침습수술을 이용해 생존율을 높여가고 있다. 암 발생 부위를 비롯해 주변까지 잘라내는 광범위한 림프절 절제술을 기초로 하는 치료가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자각증상이 없고 치료를 시작해도 예후가 좋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란 별명을 가진 간암은 유영경 교수(간담췌외과)가 담당한다. 유 교수는 배꼽 부위에 단 한 개의 구멍만을 뚫는 단일통로(싱글포트) 복강경 수술의 전문가다. 유 교수는 간 절제를 200여 건 시행해 국내 정상급 집도의로 유명하다. 특히 복강경 간 절제술의 3년 생존율은 개복 수술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샘암은 황태곤 교수(비뇨기과)가 담당한다. 2001년 6월부터 복강경 수술을 도입해 전립샘암 최소침습수술의 1세대로 꼽힌다.

전립샘암 복강경 수술은 비뇨기계에서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경험이 많지 않은 의사들이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국내 극소수 병원에서만 전립샘암의 복강경 수술이 시행되고 있을 정도다. 황 교수가 이끌고 있는 서울성모병원은 현재까지 500차례 이상을 진행했다.

황 교수는 “복강경 수술은 몸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전립샘암을 떼어 내면서 발기 신경을 보존하고 괄약근 손상도 막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진행성 자궁경부암에도 복강경이 이용된다. 자궁경부암의 0기로 불리는 자궁경부상피내암은 일부 조직만 도려내는 원추절제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암세포가 파고들어 임파선이나 주위 자궁경부 옆 조직 등으로 전이되는 진행성 자궁경부암일 때는 자궁 난소 난관을 모두 제거하는 광범위 적출술이 필요하다. 이때 암의 전이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복강경이 사용된다.

박종섭 부인암센터장은 “대동맥림프절의 조직을 복강경을 통해 검사하는 수술법은 전이됐는지를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며 “전이가 확인되면 해당 부위에 토모세라피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로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폐암 수술에는 배가 아닌 겨드랑이 아래쪽에 구멍을 뚫고 복강경을 넣는 방식이 사용된다. 일명 흉강경 수술이다. 폐암센터의 성숙환 교수(흉부외과)는 2003년 국내 최초로 흉강경 수술에 성공했다.

이후 성 교수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 800여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수술 뒤 1년 생존율은 92%, 3년 78%, 5년 68.9% 등으로 나타났다. 1기 환자가 다소 많은 탓에 전체 결과가 좋지만 국내 다른 병원 및 미국의 최고 암센터와 비교해도 차이가 없는 성적이다.

성 교수는 “폐암 수술은 매우 위험한 수술이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흉강경 수술 기법이 발전해 폐암 치료 방법이 다양해졌다”며 “특히 초기 폐암을 치료하는 데 안전성과 효과 측면에서 최선책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발병률이 높지만 생존율이 높은 유방암은 특히 1기 생존율이 90% 이상에 이르러 수술 후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높은 편이다.

송병주 교수(유방외과)는 “유방암 분야에서는 발병률 급증과 함께 치료법도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유방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는 보존적 치료로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감시림프절 절제술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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