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실험에서 힉스 입자가 발견됐다.”
페르미연구소에 있는 거대가속기 테바트론의 CDF 검출기. 최근 톱쿼크의 특이한 행동을 검출해 주목받고 있다. 페르미연구소 제공 4월 21일 유명 과학블로그인 ‘Not Even Wrong(낫 이븐 롱)’에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는 글이 올라오자 입자물리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힉스 입자란 다른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기본 입자로 1964년 그 존재가 예측됐지만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입자물리학의 성배’다.
주요 언론이 앞다퉈 이 사실을 보도하자 CERN은 “아직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중”이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고 5월 8일에는 “힉스 입자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CERN의 롤프디터 호이어 소장은 17일 영국 왕립학회 인터뷰에서 “2012년 말까지는 힉스 입자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표준모형 깨질까
최근 LHC가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1등 자리는 빼앗겼지만 미국 페르미연구소의 거대가속기 테바트론에서도 흥미로운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양성자와 그 반물질인 반양성자를 충돌시켰을 때 발생하는 톱쿼크의 ‘이상 행동’이 포착된 것.
톱쿼크는 기본 입자인 쿼크 6가지 가운데 질량이 가장 큰 쿼크다. 현재 입자물리학의 각종 현상을 설명하는 바이블인 ‘표준모형’에 따르면 이때 발생한 톱쿼크는 사방으로 균일하게 퍼져 나가야 하는데 실험데이터는 특정한 방향으로 많이 분출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소한 문제 같지만 입자물리학자의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관찰입니다. 만일 이 데이터가 진짜라면 표준모형이 틀렸다는 말이니까요.”
기초기술연구회 세미나 참석차 내한한 페르미연구소의 김영기 부소장(49)은 올여름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입자물리학자로 1990년부터 테바트론에서 연구했던 김 부소장은 올해를 끝으로 테바트론이 가동을 멈추고 해체되기 때문에 심정이 남다르다.
“1995년 테바트론에서 이론으로만 예측되던 톱쿼크를 발견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 관찰된 현상이 진짜라면 테바트론의 화려한 피날레인 셈이지요.”
○ 암흑물질 미래는 밝다
암흑물질검출기의 하나인 CoGeNT의 핵심 부품인 게르마늄 결정. 순도가 매우 높아 통과하는 암흑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CoGeNT 제공힉스 입자와 함께 초미의 관심사는 암흑물질의 실체 규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은 현재 우주를 이루는 질량의 15% 정도다. 나머지 85%가 암흑물질이지만 그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 다만 이처럼 검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존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미네소타의 폐광산에 설치된 ‘CoGeNT’라는 검출기에서 암흑물질로 추정되는 신호를 포착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른 검출기에서는 신호인지 잡음인지 확정하지 못하기도 했고 아직 검출이 안 된 것도 있다. 만일 ‘CoGeNT’의 신호가 진짜라면 암흑물질의 존재가 예측된 지 80여 년 만에 그 존재가 확인되는 셈이다. 김 부소장은 “최근 장비가 거대해지고 검출기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새로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1995년 톱쿼크의 발견에 버금가는 놀라운 발견의 순간이 임박한 듯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쿼크(quark):: 양성자나 중성자 같은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로 업, 다운,스트레인지, 참, 보텀, 톱 쿼크 등 모두 6가지가 있다. 양성자는 업쿼크 2개, 다운쿼크 1개로 중성자는 업쿼크 1개, 다운쿼크 2개로이뤄져 있다. 1977년까지 5개가 발견됐고 1995년에야 가장 무거운 톱쿼크가 관측됐다.
::힉스 입자(Higgs boson)::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을 해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고 추정되는 가상의 입자. 1964년 피터 힉스를 비롯해 몇몇 물리학자가 존재를 예측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암흑물질(dark matter):: 중력을 통해 그 존재는 확인되나 어떠한 수단으로도 관측되지 않는 미지의 물질이다. 현재 우주는 관측할 수 있는 물질과 암흑 물질이 약 1 대 5.5의 비율로 있다고 추정된다. 우주를 이루는 물질 다수의 실체를 모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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