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취재팀은 과학벨트의 중이온가속기(KoRIA) 기초설계가 표절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중이온가속기 ‘에프립(FRIB)’의 설계 보고서를 갖고 있는 서울대 중이온가속기 전문가와 함께 두 곳의 최종 보고서를 비교분석했다.
서울대 모 교수는 “KoRIA의 가속관 4종류가 외형만 봐도 FRIB 것과 매우 닮았다”며 “무엇보다도 가속관의 모양을 결정하는 특정 수치가 FRIB의 가속관 5종류 가운데 3종류와 100% 똑같다는 게 표절로 볼 수 있는 결정적 증거”라고 말했다.
○ 가속관 외형 비슷하고 가속 수치 100% 똑같아
가속관은 말 그대로 중이온을 가속하는 장치다. 중이온이 지나가는 통로로 지름이 수십 cm인 원통 모양이다. 중이온은 가속관 수백 개가 연결된 통로(선형가속기)를 지나면서 차츰 빨라져 마지막에 표적에 부딪치면서 희귀한 동위원소를 만들어낸다. 이때 중이온의 속도가 목표 값에 미치지 못하면 계획했던 연구나 산업 응용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이온가속기에서 핵심은 가속관의 설계다.
KoRIA 기초설계 최종 보고서의 원안에 따르면 가속관은 총 4종류다. 이 가운데 3종류는 외형이 FRIB과 닮은 것 외에 가속관 안에서 가속이 이뤄지는 수치가 완전히 똑같다. 수치는 각각 0.041, 0.085, 0.285로 이는 가속관 안에서 중이온이 빛의 속도의 4.1%, 8.5%, 28.5%의 속도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표절 여부를 검증한 서울대 교수는 “우라늄 같은 중이온은 전자나 양성자에 비해 워낙 무거워 처음에는 천천히 움직이다가 마지막에는 빛의 속도의 약 50% 가까이 빨라진다”면서 “가속관 수치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종류(모양)를 결정한 뒤 이들을 수백 개 이어 붙여 선형가속기를 만드는 만큼 가속관 3종류가 FRIB과 똑같다면 실제로 가속기를 지었을 때 우리의 독창적인 중이온가속기가 아니라 FRIB과 흡사한 가속기가 나온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 가속관 외 다른 부분도 표절 의혹
이 같은 표절 논란은 올해 초부터 연구자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KoRIA 개념설계 관계자는 “2월 말 최종 보고서에 대한 전문가 평가를 앞두고 연구자들이 과제별로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면서 “이 자리에서 선형가속기의 외형 디자인 및 설계에 대한 내용이 발표됐는데 표절로 보이는 부분이 너무 많아 다른 연구자들이 화가 날 지경이었다”고 털어놨다.
FRIB 외에 외국의 다른 중이온가속기를 베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관계자는 “당시 발표에서 가속관 외에 가속기에서 빔이 제대로 지나가는지 확인하는 ‘빔 진단’, 빔이 지나가는 시간을 조절하는 ‘컨트롤’ 등 선형가속기의 많은 부분이 FRIB 외에 외국의 다른 가속기를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2월 보고서 최종 평가 때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모 교수는 “외국 심사위원 가운데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외국 것을 사다 쓰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내놨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고민 끝에 일부 수치를 수정해 교육과학기술부에 최종 보고서를 올렸다. 이 때문에 한국연구재단이 과제 책임자 3명에게서 받은 최종 보고서 원안과 교과부가 보유하고 있는 최종 보고서는 내용이 다소 다르다.
당초 교과부는 6월 기초설계 다음 단계로 예비 상세 설계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표절이 확실해진 만큼 중이온가속기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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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9 11:54:53
풋. 소위 양심있다는 블릭(BRIC) 똘만이들도 한마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