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유전자 바꾸면 침팬지가 말할까?

  • 입력 2009년 9월 25일 02시 50분


“쥐 실험하니 소리 변했다”
과학동아 10월호에 소개

인간과 침팬지 게놈을 비교하면 고작 1% 정도만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인간은 침팬지가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강을 훌쩍 뛰어넘어 진화해 왔다. 인간의 언어능력도 그 가운데 하나다. 도대체 인간 게놈의 어떤 변화가 언어능력을 얻게 했을까.

1990년 과학자들은 다른 정신능력은 정상인데 유독 언어장애가 있는 구성원이 많은 ‘KE’라는 가계(家系)를 조사했다. 과학자들은 이들이 언어장애를 겪는 이유가 ‘언어 유전자’의 고장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2001년 마침내 FOXP2란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유전자가 고장 날 경우 발음이 새고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침팬지도 FOXP2 유전자가 있는데 불과 두 곳이 달랐다. 이 차이가 인간과 침팬지의 언어능력 차이로 이어진 걸까.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볼프강 에나르트 박사팀은 올해 5월 29일자 국제학술지 ‘셀’에 인간의 FOXP2 유전자를 쥐에게 넣을 경우 뇌의 신경회로가 변하고 ‘찍찍’거리는 소리도 바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렇다면 침팬지에게 똑같은 조작을 하면 ‘말하는’ 침팬지가 나올 것인가?

과학동아 10월호에서는 언어 유전자로 불리는 FOXP2의 실체를 자세히 다뤘다. 아울러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다양한 실험결과를 토대로 조명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소수부족 찌아찌아족이 토착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채택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문자가 언어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도 살펴봤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