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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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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쇄빙선 아라온호가 부산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는 11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아라온호의 진수식을 열었다. 이날 새벽 13개월 넘게 아라온호를 건조하던 독에 물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물이 차오르면서 아라온호가 물 위로 떠올랐다. 오전 11시경 수문을 열고 나온 아라온호는 예인선에 이끌려 바다와 첫 공식 만남을 가졌다.
진수식은 배를 물 위에 띄워 최종 점검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되고 있는 아라온호는 현재 약 9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아라온호는 7월까지 바다 위에 멈춘 상태에서 장비와 시설을 시험 가동할 예정이다. 8월 중순부터는 2차례에 걸쳐 시운전에 들어간다. 성능 확인을 마치면 9월 말 극지연구소에 인도된다.
영하 30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끄떡없도록 제작된 아라온호는 길이 110m, 폭 19m로 총톤수가 6950t에 달한다. 1m 두께의 얼음을 부수며 시속 5.5km의 속도로 전진할 수 있다. 뱃머리 부분은 해군의 대형상륙함 ‘독도함’보다 2배나 두꺼운 4cm 강판으로 이뤄졌다. 선체 앞부분 밑에는 얼음을 자를 수 있는 ‘아이스 나이프’가 달려 있다. 갑판이 얼어붙는 걸 막기 위해 갑판 전체에 열선도 깔려 있다.
아라온호는 100종류가 넘는 해양연구 장비를 갖춰 해양생태계나 해저지질을 조사하고 극지의 환경변화를 관측하는 등 ‘떠다니는 종합연구실’로 활약할 예정이다. 연구원 60명과 승조원 25명을 태우고 적도에서 극지까지 어떤 환경의 바다에서도 70일 연속으로 장기간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아라온이라는 이름 역시 바다를 뜻하는 순우리말 ‘아라’에 전부를 나타내는 ‘온’을 합쳐 모든 바다를 누비라는 의미로 지어졌다.
아라온호는 11월 말 남극으로 향할 예정이다. 남극 세종기지에 필요한 물품을 보급하고 내년 5월까지 ‘남극 제2기지’ 후보지역을 답사하는 등 남극 탐사 활동을 펼친다. 내년 7월에는 북극으로 진출해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기초조사를 하는 등 우리나라의 극지 탐사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상헌 극지연구소 극지운영실장은 “남극에 기지가 있는 20개국 중 쇄빙선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폴란드뿐이었다”며 “앞으로 극지 연구와 해양 자원 개발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