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암센터 ‘1주일내 진단-수술’ 약속 못지킨 까닭은?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의사 50% 늘렸는데 환자는 70% 늘어

심영목 센터장 “병원 공간-인적 능력에 한계”

2주 걸리던 진단결과 2, 3일로 줄인건 성과

지난해 1월 삼성암센터는 “암 치료의 새 역사를 쓰겠다”며 암 진단부터 수술까지 1주일 안에 끝낼 것을 공언했다.

14개월이 지난 16일 삼성암센터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개원 1주년 성적표를 공개했다. 하지만 간담회 내내 심영목 삼성암센터장(사진)의 표정은 어두웠다.

심 센터장은 “병실과 수술실을 늘리고 의료진도 더 고용했다. 그러나 환자가 몰려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는 말로 그동안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것은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했다.

현재 삼성암센터에서 진단 후 수술을 받으려면 유방암과 전립샘암은 2주, 폐암은 2∼3주, 위암은 1개월, 갑상샘암은 4∼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2주 안에 수술을 받기 힘들었던 유방암과 전립샘암의 경우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암과 갑상샘암은 암센터 건립 이전과 비교해 거의 차이가 없다.

개원 당시 센터는 위암 수술 의사를 3명에서 5명으로, 갑상샘암은 1명에서 3명으로, 유방암은 2명에서 3명으로 각각 증원했다. 수술실도 암환자 전용으로 20개 확충했고 652개 병상을 암환자 전용 병상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주요 암 수술 건수는 2007년 7258건에서 2008년 1만2524건으로 73% 증가했다. 항암치료 환자 역시 10만1444명에서 15만80명으로 48% 증가했다.

대기시간 단축 목표가 왜 지켜지지 않은 것일까. 이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그는 “병원의 공간적, 인적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가 오면 외래에서 끊어야 하는데 이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암 검사를 받고 결과를 통보받는 기간은 2주 이상에서 2, 3일로 단축됐다”며 “수술 대기시간은 못 줄이더라도 진단은 최대한 빨리 끝냈다”고 말했다.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예전에는 암이 의심되는 환자가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검사를 받으려면 1주일 이상 기다리고, 검사를 받은 후 또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했다. 진단받는 데만 2주 이상 걸린 것.

암 수술을 받으려고 몇 주일이나 기다려야 하는 현상을 해소할 방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삼성암센터가 의료진을 늘리고 병상을 더 확충해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한 병원의 규모만 계속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 것 같다”며 “여타 병원으로 환자가 분산되고 지방 암센터가 활성화돼 센터의 환자 적체 현상이 줄어들기를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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