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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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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의료진이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인공 장기(臟器)를 만들어 다시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하면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본보 20일자 A1면 참조
스페인과 이탈리아, 영국 의료진으로 구성된 다국적 의료진은 올해 6월 결핵으로 기관지가 크게 손상된 클라우디아 카스티요(30·여) 씨에게 자신의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기관지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BBC방송 등은 카스티요 씨가 수술 4개월이 지난 현재 계단을 오르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치료는 영국의 의학 학술지 ‘랜싯’ 인터넷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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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공학의 문을 열다
이번 장기 이식 성공이 주목받는 것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거부반응이 없는 인공 생체 장기’를 만들었다는 점 때문이다. 학자들은 그동안 줄기세포가 골수이식 등 고전적 치료법을 뛰어넘어 무한한 치료 가능성을 열 것으로 전망해 왔다. 이른바 세포를 이용한 재생의학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직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동욱(연세대 의대 교수) 교육과학기술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은 “줄기세포 치료가 실험실을 벗어나 실생활에 적용된 ‘사건’”이라며 “줄기세포와 고분자공학을 결합해 재생의학의 꿈을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 단장은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기능을 되살리면서도 거부반응이 없는 장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해외에서는 20년 뒤 간이나 심장 등도 이런 방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아직 이런 낙관적인 기대는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장기인 기관지와는 달리 간이나 심장 등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이번 이식 치료의 의미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기관지가 매우 단순한 관(管) 형태의 기관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매우 복잡한 기관인 간, 심장 등은 줄기세포로 제대로 된 인공 장기를 만들기가 까다로울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오 교수는 “눈의 망막, 각막 등은 줄기세포로 만들기가 쉬운 데다 연구하는 팀도 꽤 있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겠지만 이보다 복잡한 기관은 10년은 지나야 초보적 형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국은 과감한 투자 절실”
김 단장은 “이번 이식 성공은 줄기세포 전쟁을 치르는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가 얼마나 뒤처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들이 21세기 생명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줄기세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 투자와 열기가 줄면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찬성한 버락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앞으로 연구와 임상치료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배아와 성체줄기세포의 장점을 합치고 윤리 문제가 없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가 나오면서 세계는 새로운 줄기세포 전쟁에 돌입한 분위기다. 박세필 제주대 교수는 “일본 정부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팀에 1년에 4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는데 한국 정부가 매년 줄기세포 연구에 투자하는 총예산은 일본의 한 팀 투자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330억 원 정도”라며 안타까워했다.
오 교수는 “이번 이식 성공을 봐도 하루빨리 우리만의 핵심기술을 개발해야 줄기세포 기술 수입국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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