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김치 비밀은 급속냉동 다이어트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03분


영하 70도에서 급속으로 동결 건조된 볶은 김치는 미생물인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러시아의 우주식품인증을 통과했다.
영하 70도에서 급속으로 동결 건조된 볶은 김치는 미생물인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러시아의 우주식품인증을 통과했다.
“토종 김치 유산균도 우주를 날았다.”

13일 새벽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우주비행을 축하하는 만찬이 열렸다. 이날 이소연 씨는 만찬 직후 “미국과 러시아 동료 우주인들 사이에서 김치와 라면, 고추장의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들 외국 우주인의 칭송을 받은 김치 맛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그 배후엔 상큼하고 새콤한 신맛을 내는 김치 유산균이 있다. 김치 유산균은 이 씨가 우주로 가지고 올라간 ‘비공식’ 토종 미생물이다.

보통 우주식품은 100% 멸균 처리한다고 알려져 왔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한국식품연구원 김성수 박사는 “미국과 러시아는 건조식품의 경우 g당 2만 마리 미만의 미생물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건조식품은 발효될 가능성이 없어 ISS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것. 한국의 우주 김치도 이 방법을 택했다.

8일 이 씨는 우주에 올라갈 때 볶은 김치도 가져갔다. 지난해 10월 우주에 가져갈 한국식품을 선택하는 자리에서 이 씨는 볶은 김치를 선택했다. 젖산 함량이 1% 내외인 김치는 볶아 먹거나 김치전을 해먹기 알맞은 맛을 낸다. 새콤한 맛에 달콤함까지 곁들여져 외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그러나 볶은 김치가 우주로 올라가기 위해 먼저 살 빼기는 필수. 1kg을 ISS로 쏴 올리는 데는 대략 5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볶은 김치 개발을 맡은 대상FNF 기술연구소 이진혁 차장은 “살짝 볶은 김치를 영하 70도에서 급속 냉동 건조를 시킨 뒤 이틀간 10분의 1기압에 놓으면 물 분자가 기체가 돼서 모두 빠져 나간다”고 설명한다. 고체가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기체가 되는 ‘승화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가로 5cm 세로 5cm 두께 1.5cm 크기의 볶은 김치는 원래 무게의 10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냉동 건조된 볶은 김치에는 1g에 1000∼1만 마리의 김치 유산균이 살아 있다.

이 씨는 우주 만찬에서 ISS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을 특수용기에 받아 볶은 김치를 넣어 먹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520일이 소요될 미국의 화성 탐사 계획에 이번에 ISS에 공급한 유산균을 함유한 볶은 김치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 영상출처: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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