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소문난 병원<3>서울 대치동 ‘변한의원’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놀이-운동-탕약 3각처방

주의력결핍장애 잡는다

《2004년 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충북 영동군 양산면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주말이면

고급 승용차 수십 대가 줄을 섰다.

이른바 ‘용한 한의원’을 찾아 서울과 대전,

대구 등지에서 온 차들이었다.

이 마을에는 전통 한의학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정신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변한의원이 있었다.

특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학습장애,

발달장애 등 소아 정신질환을 잘 고친다고 입소문이

나 있었다. 변한의원은 2005년 9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으로 옮겼다. 변기원 원장은 “5대조 할아버지부터 터를 잡고 있던 영동을 떠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여러분이 먼 길을 찾아오는 수고를 덜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서울로 한의원을 옮겼다”고 말했다.

변한의원은 서울 입성 1년 6개월 만인

올해 3월 강남구 대치동으로 또 옮겼다.

환자들이 몰려들어 더 넓은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 놀이터 같은 한의원

지난주 변한의원을 방문했을 때 최신 장비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한의원이지만 어느 부위에 문제가 있는지를 현대의학의 힘을 빌려 진단한다. 이 장비들을 이용해 심리 분석과 집중력, 감각, 운동력, 발달단계, 신경기능 등을 검사한다.

600m²(약 180평) 규모의 변한의원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방이다.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뇌를 자극하기 위해 놀이와 운동을 하는 공간이다. 운동치료사 4명과 사회복지사 3명, 심리상담사 1명이 검사 결과를 토대로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치료하는 장소다.

놀이, 운동 치료와 함께 침과 탕약을 병행해 뇌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준다는 게 변 원장의 설명이다.

“학습 장애는 좌뇌와 우뇌가 불균형하게 발달해 좌뇌와 우뇌가 교류하지 못해서 생깁니다. 침과 탕약은 기혈이 막힌 부분을 자극해 좌뇌와 우뇌가 교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변한의원이 서울로 옮긴 이후 진료 환자는 2000여 명에 이른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워 정신과를 찾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초등학교 학생들이나 또래에 비해 발달이 느린 취학 전 어린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어린이들을 둔 부모는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니길 바란다.

1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되는 1회 치료비가 12만 원이다. 1주일에 두 번씩 한 달간 치료받기 위해서는 약값을 제외하고도 100만 원에 가까운 돈이 든다. 그런데도 환자가 몰린다.

치료효과는 어떨까. 변 원장은 “처방대로 따라하면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방 뇌질환 분야를 개척

변 원장은 1985년 원광대 한의대를 졸업한 뒤 할아버지 밑에서 수련을 했다. 그가 주로 접한 분야는 중풍, 관절염 등 전통 한의학에서 다루는 질환이었다.

변 원장이 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두통 때문이었다. 그는 20년 넘게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렸다. 한번 두통이 시작되면 2, 3일씩 진료를 못할 정도였다. 한의학에서는 뇌 질환을 자세하게 다루지 않아 양방 교과서와 뇌 질환 관련 논문으로 독학을 했다. 뇌 질환 전문의들과도 교류를 했다.

변 원장이 내린 두통의 원인은 ‘뇌의 불균형.’

“어떤 자극에 의해 양기가 비정상적으로 증폭하게 되면 뇌를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통제 기능이 깨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좌뇌와 우뇌, 혹은 대뇌와 소뇌의 한 측면으로 양기가 쏠려 뇌의 불균형이 초래됩니다. 간에 열이 오르고 기혈의 순환을 막아 두통과 어지럼증이 나타납니다.”

그는 뇌 질환의 원인에 대해 이 같은 결론을 내리고 2002년 무렵부터 두통 등 뇌질환 치료를 시작했다.

○ 5대째 이어온 한의학 명가

변한의원(www.okbyun.co.kr)의 중앙 복도에는 낡은 약재장이 있다.

변 원장의 5대조인 변석홍 선생이 쓰던 약재장이다. 변석홍 선생은 고종황제의 어의를 지내다 고종이 폐위되자 충북 영동으로 낙향해 ‘제월당’이라는 한의원을 열었다.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변 원장은 약재 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쓴다.

변한의원의 대부분 약재는 ‘제월당’ 주변 1만5000평 규모의 약재 밭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이다. 변 원장은 약재 밭을 관리하기 위해 2주에 한 번 정도 영동을 찾는다.

약재 가공도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예를 들면 동의보감에선 생지황을 말려 9번 찐 것을 숙지황이라 칭하며 그것을 쓰라고 했다. 요즘에는 9번을 찌는 한의원이 별로 없지만 변한의원은 여전히 9번 찌고 말려 숙지황을 만든다고 한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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