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도 디자인 시대…푸른색 진통제, 아픔 빨리 잊는다?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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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은 지난해 8월 내놓은 감기약 ‘씨콜드’로 국내외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노란색 알약 한 개를 두개의 층으로 나눠 감기약 성분과 비타민C 500mg을 넣고 밤과 낮에 먹는 알약으로 각각 구분해 포장했다. 졸음이 오는 성분은 밤에 먹는 알약에만 넣었다. 성분이 엇비슷한 감기약 시장에서 차별화된 포장과 기능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이 약의 올해 월평균 매출은 지난해의 2배로 늘었다. 다른 제약사도 낮과 밤으로 구분한 감기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

제약사들이 차별화된 의약품 디자인을 강화하고 있다. 약효(藥效)를 좌우하는 성분 외에도 편리한 디자인과 포장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 차별화된 의약품 디자인이 경쟁력

사노피아벤티스는 2005년 3월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 투여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볼펜 모양 용기의 인슐린 제제 ‘란투스’를 내놨다. 가는 주삿바늘을 써서 통증도 줄였다.

이 회사의 간질 치료제인 ‘데파킨’은 맛과 향이 없는 과립 형태다. 쓴 약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요구르트나 우유 등에 뿌려서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고혈압치료제 ‘아타칸’은 기존 의약품의 3분의 1 정도인 7mm로 길이를 줄였다.

간단하게 몸에 붙이는 패치 제품도 늘고 있다.

애보트의 천식치료제 ‘호쿠날린’, SK케미칼의 대상포진 신경통 치료제인 ‘리도탑’, 노바티스가 개발 중인 치매 치료제 ‘액셀론 패치’ 등이 알약 형태의 기존 약과 차별화된 패치 제품이다.

○ 의약품 제형(劑形) 디자인도 전문화 시대

생리통 등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는 젊은 여성층을 겨냥해 개발한 대웅제약의 진통제 ‘이지엔 6’은 푸른색의 액상(液狀)형 알약이 특징이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색채심리 전문가에게 의뢰해 통증을 진정시켜 주는 파란색을 택한 것이다.

대웅제약 김지혜(29) 씨콜드브랜드매니저는 “일반 의약품 개발 단계부터 영업과 마케팅 담당자가 참여하고 있다”며 “성분이 비슷하더라도 소비자 기호에 맞는 의약품 디자인으로 시장을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제약도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를 개발하기 위해 디자인과 마케팅 등을 외부 컨설팅업체에 의뢰했다. 이달부터 의약품 디자인 등 제형 연구를 담당하는 제품개발연구팀을 제품개발연구소로 확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형 연구는 국내 제약사가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며 “해외 제약사와 기술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최근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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